국내여행

봄의 노란 물결을 걷다, 유채꽃 여행기

불타는 신디 2025. 4. 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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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노란 물결을 걷다, 유채꽃 여행기

출처 : 구글 이미지

"그 봄날의 노란 기억"

겨울이 채 물러가지 않은 어느 3월 말, 나는 갑작스레 떠나고 싶어졌다. 마음속 어딘가에 쌓인 무거움이 햇살 아래서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우연히 마주친 한 장의 사진—유채꽃이 만개한 들판 속을 걷는 풍경—그 한 장에 이끌려 여행을 결심했다.

행선지는 경남 창녕의 남지 유채꽃 축제장. 매년 봄, 낙동강변에 노란 물결이 출렁인다는 그곳. 서울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마산을 거쳐,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남지읍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마치 이 풍경을 혼자 즐기라는 배려처럼.

첫걸음, 노란 숨결이 밀려오다

강변으로 향하는 길, 바람 속에 봄내음이 묻어 있었다. 걸음을 재촉하지 않아도 좋았다. 도착한 유채꽃밭은 정말 말 그대로 황홀했다. 한없이 펼쳐진 노란 꽃밭, 그 사이로 이어진 오솔길, 그리고 그 길 위에 선 나.

유채꽃은 향기롭다기보단 산뜻하다. 초봄의 공기처럼. 노란색은 누군가의 웃음 같고, 잊고 있었던 기쁨 같았다. 나는 걷는 속도를 최대한 느리게 줄였다. 걸을수록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진을 찍지 않아도 충분히 기록되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강변을 따라 걷는 감성

낙동강은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물결 위로 햇살이 부서지고, 강 건너편의 풍경은 마치 수채화처럼 번졌다. 유채꽃과 강물, 그리고 하늘이 어우러진 이 풍경은 말이 필요 없는 언어였다.

길가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꺼냈다. 햇볕에 따뜻해진 빵을 한 입 베어물며, 문득 마음속에 오래된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런 날이 있다. 꽃과 강물 앞에서 기억은 유난히 선명해진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 그 사람의 웃음, 그 봄날의 공기.

작은 장터와 봄의 소리들

축제장 근처에는 소박한 장터가 열려 있었다. 아이 손을 잡은 엄마, 어깨동무한 친구들, 카메라를 든 노부부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봄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도토리묵 한 접시와 직접 짠 유자청을 샀다. 음식도 풍경도 이곳에선 다르게 느껴졌다.

귀에 들리는 건 새소리, 강물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봄은 원래 소리로 피어난다.

출처 : 구글 이미지

노을 속의 노란 들판

시간이 흘러, 해가 지기 시작했다. 유채꽃밭 위로 길게 드리운 그림자와 노을이 함께 물들었다. 황금빛 꽃잎 위로 주홍빛 햇살이 겹쳐지며, 온 세상이 따뜻하게 불타오르는 듯했다.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그건 그냥 가슴에 담는 게 더 맞는 장면이었다.

나는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올랐다. 짧은 하루였지만, 마음만큼은 꽉 찼다. 유채꽃이 나에게 건넨 건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멈춤'과 '느림' 그리고 '기억'이라는 이름의 봄 선물이었다.

"유채꽃은 봄을 닮은 위로다"

여행이 꼭 멀리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때론 한 폭의 풍경, 한 줄기 향기만으로도 우리는 멀리 다녀온 것 같은 위로를 받는다. 유채꽃은 그렇게 말 없는 위로로 내 마음을 흔들었다.

다가오는 봄, 당신도 노란 물결 사이를 걸어보길. 그 길 끝엔 어쩌면 오래 잊고 있었던 당신의 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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