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비효율이 주는 특별함, 목포 당일치기 여행기

불타는 신디 2025. 4. 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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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이 주는 특별함, 목포 당일치기 여행기

출처 : 구글 이미지

"바다가 품은 느림, 목포에서 하루"

목적지를 목포로 정한 건 그저 '가본 적 없어서'였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특별히 이끌린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도시일수록 낯선 여백이 많고, 그 빈틈에 내가 들어설 자리가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서울역에서 새벽 5시 40분, KTX 첫차에 몸을 실었다. 두세 시간을 쿨쿨 자다 깨니, 기차는 어느덧 남쪽 바다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오전 8시 반, 목포역 도착. 바다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이른 아침이라 거리엔 아직 사람도 적고, 공기는 생각보다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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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 아래, 오래된 도시를 걷다

첫 발걸음은 유달산 자락부터 시작했다. 시내 중심에 우뚝 솟은 유달산은 목포를 온전히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다. 케이블카도 있지만 나는 걸었다. 숲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며 시내와 바다를 번갈아 보는 그 시간이, 아침 운동 이상의 무언가였다. 꼭대기 근처 전망대에 앉아 도시를 바라봤다. 적막한 바다 위로 유람선 한 척이 느릿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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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과 함께한 목포근대역사관

산을 내려와 찾은 곳은 목포근대역사관. 이 도시의 오랜 흔적이 남겨진 공간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지는 근대 건물들이 이국적인 동시에 씁쓸했다. 역사관 안엔 예전 신문과 광고지, 목포항의 옛 모습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용한 전시장을 천천히 둘러본 후, 인근의 작은 로스터리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여행지에서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풍경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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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평화광장 인근에서

목포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세발낙지. 현지인들이 찾는다는 골목 식당에 들어가 낙지비빔밥을 주문했다. 탱글탱글한 낙지에 특제 고추장이 어우러져, 그 맛은 입안에 여운을 남겼다. 주인 아주머니는 어디서 왔냐며 말을 걸었고, 나는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왔다고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저녁에 낙지탕탕이도 먹고 가"라며 웃는다. 그 정겨움이 더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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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고요, 갓바위 해안길 산책

식사 후엔 갓바위 해안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조용한 산책로다. 발 아래 자갈이 사그락거리고, 파도 소리가 귓가에 머문다. 가끔씩 산책하듯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들이 인사를 건넨다. 바다 위엔 갈매기들이 떠 있고, 하늘은 유독 맑았다. 벤치에 앉아, 바다를 한참 바라보다가 책을 꺼내 몇 장을 넘겼다. 아무 이유 없이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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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항 노을, 하루의 끝

해질 무렵엔 목포항으로 향했다. 붉게 물든 하늘과 항구의 조명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말을 잃게 만든다. 어민들이 배를 정리하는 모습도, 그 위에 앉은 고양이들도 이 도시에선 그림 같았다. 작은 포장마차에서 어묵 하나를 집어 들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 순간을 오래도록 누렸다.

돌아오는 길, 마음에 남은 느림

저녁 7시, 다시 기차에 올랐다. 창밖은 어두웠지만, 마음속은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 하루는 목적 없는 여정이었다. 딱히 뭘 하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느꼈다. 바다 냄새, 사람 냄새, 그리고 내 안의 고요.

"느림은 때로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방식이다"

목포는 느리지만, 그래서 더 깊이 스며든다. 화려하지 않고, 바쁘지 않은 그 도시가 오늘 나에게 잠시 멈춤의 가치를 알려주었다. 속도를 줄여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고, 계획하지 않았을 때 만나는 따뜻함이 있다.

당신도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아무 계획 없이 떠나보는 건 어떨까. 목적 없는 여행이 때로는 가장 마음을 풍요롭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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