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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국가 의전은 품격과 배려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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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상대 마음을 얻기 위해 신중하고 조직적으로 설계된 협상이자 설득이며 전략이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갖고 있더라도 그 뜻이 상대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외교에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외교에는 의전(儀典·protocol)이 필요하다. “외교란 타인을 나의 방식에 따르도록 만드는 예술 행위”라는 서양 격언을 빌리자면, 의전은 예술가에게 무대를 마련해 주는 작업에 해당한다.

의전은 넓은 의미에서는 타인과의 만남에서 개인이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의미한다. 외교 의전은 국가 간 관계 또는 국가가 관여하는 모든 공식 행사에서 지켜야 할 ‘일련의 규범’이다. 예의범절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상식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의전도 상대국에 대한 배려와 예우에서 시작된다.

동양적 개념의 예(禮)는 이중적 구조로 이뤄져 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하나로 일컬어 ‘예’라고 한다.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도 이를 전달할 수 있는 적절한 형식과 방법을 모르면 헛일이다. 또 존경심 없이 형식만 취한다면 허례허식이 되고 만다. 오늘날 국가 간 의전 역시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상대국에 대한 배려를 의전이라는 그릇에 담아 전달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다.

■ 손님 놀라게하는 ‘깜짝쇼’는 금기

국가 정상의 방문 때 이뤄지는 의전은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다. 외국 정상의 방문만 해도 종류가 여러 가지다. 국빈방문, 공식 방문, 실무방문, 개인적 방문 등 종류에 따라 영접 행사 규모와 주최자 등 의전이 달라진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방문에서는 공항 영접 때 21발의 예포를 발사해 최고 예우를 갖춘다. 고급 위스키 상표로 널리 알려진 ‘로열 살루트’는 원래 이 예포 발사를 이르는 말이다.

국가 정상의 외국 방문 의전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긴장의 연속이다. 외교 의전에서 손님을 놀라게 하는 ‘깜짝쇼’는 금기다. 모든 것이 사전에 협의돼야 한다. 따라서 일정이 확정되면 의전 담당자들은 상대국과 몇 달 전부터 계획을 면밀하게 짠다.

정상 방문 때는 미리 사전답사를 하거나 선발대를 보내 각 행사의 경호, 테이블 형태, 좌석 배치부터 시작해 소요시간, 참석자 범위, 세부 진행절차, 우천 시 일정, 숙소 등 모든 것을 점검한다.

각국 정상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는 정상들의 회의장 도착 순서와 간격, 발언 순서, 자리 배치, 국기 게양 등 모든 동선이 완벽하게 짜여진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 이 같은 다자회의에서는 사전답사단 능력에 따라 자국 정상에게 보다 유리한 의전상 예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 1815년 빈 회의서 국가간 의전 체계화

의전을 뜻하는 ‘프로토콜’의 어원은 그리스어 ‘protokollen’이다. ‘맨 처음’을 의미하는 ‘proto’와 ‘붙인다’는 의미의 ‘kollen’의 합성어다. 원래 공증문서에 효력을 부여하기 위해 문서 맨 앞장에 붙이는 용지를 이르는 말이었다. 이후 외교관계에 대한 정부 공식문서 양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했다. 따라서 의전이라는 단어는 국가 간 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형식, 즉 첫번째로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의전에 대한 역사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외교 의전의 기본틀은 나폴레옹 전쟁 후인 19세기 초에 만들어졌다. 1815년 빈 회의에서 처음으로 국가 간 의전이 체계화됐다.

여러 나라의 국기를 게양할 때에는 주최국 국기를 정중앙에 놓고 나머지 국가의 국기는 영문 알파벳 순으로 게양하고, 각국 대사들 의전 서열은 주재국에 신임장을 먼저 증정한 순으로 하는 등의 원칙이 이때 만들어졌다. 이후 1961년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정’에서 현재 의전 양식이 구체화되고 전 세계로 퍼졌다.

한국에도 고대부터 내려온 의전의 전통이 있다. 조선 성종 5년에 신숙주 등이 편찬한 <국조오례의>에는 국가 기본 예식인 길례(吉禮)·가례(嘉禮)·빈례(賓禮)·군례(軍禮)·흉례(凶禮)에 대한 예법과 절차 등이 그림과 함께 상세히 소개돼 있다. 국가 행사는 물론 외국과의 교류에서도 이에 근거한 의전이 기본이었다. 현대 의전은 서구식 관행이 기본이지만 한국식 의전에는 지금도 전통적 요소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 ‘5R’의 원칙… 기본 정신은 상식과 배려

의전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불편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 쉽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한 의전이라 해도 그 기본 정신은 ‘상식과 배려’다. 국가마다 조금씩 다른 의전적 특징을 갖고 있지만 모든 국가에서 통용될 수 있는 약속이기 때문에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

규모가 크고 성대하다고 좋은 의전은 아니다. 소박하고 간소하더라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지나친 접대는 예의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권위주의적이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의전은 오히려 결례다. 그렇다고 상대를 무시하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워싱턴 인근 허름한 식당에서 햄버거로 오찬을 했다. 또 식사를 마친 뒤 경호원 없이 양복 상의를 어깨에 걸치고 백악관 정원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눴다. 파격적 의전이었지만 격의 없이 친근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외교 결례가 되지는 않았다.

흔히 의전에는 5가지 원칙(5R)이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상대에 대한 존중(Respect)이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사고방식, 관습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나라에서 온 손님에게 술을 대접하거나 이슬람 국가 손님에게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를 대접하는 것은 큰 결례다.

두번째는 상호주의(Reciprocity)다. 상대에게 배려를 받았으면 그만큼 되돌려줘야 한다. 내가 상대를 배려한 만큼 상대의 배려를 기대할 수 있다. 상대에게 과도한 대접을 받았다면 그만큼 부담이 된다. 이 상호주의 원칙이 무너지면 외교적 결례로 간주된다. 이 경우 외교경로를 통해 항의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세번째 원칙은 문화의 반영(Reflecting culture)이다. 의전의 국제적 표준은 서양식 관행에 기초하고 있지만 각국마다 고유한 문화와 관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전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배어 있다. 따라서 의전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의전의 네번째 원칙은 서열(Rank)이다. 참석자 서열을 지키는 것은 의전의 핵심이다. 서열을 무시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해당 국가와 조직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된다. 외교관들이 서열에 집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상급 외빈들의 의전 서열은 국가수반, 행정수반 순이다. 동급일 경우 재임기간 순서로 정한다. 여러 정상이 참석하는 경우에는 서열을 정하기 어려우므로 통상 알파벳 순으로 서열을 정해 오해가 없도록 한다.

다섯번째 원칙은 오른쪽(Right)이 상석이라는 것이다. 문화·종교적으로 왼쪽을 불경한 것으로 여기는 전통 때문에 생긴 원칙이다. 영어의 right가 오른쪽이라는 뜻과 옳다는 뜻을 모두 가진 것과 같은 이치다. 행사 주최자는 손님에게 오른쪽을 양보하는 것이 기본이다. 정상회담 때도 방문국 정상에게 오른쪽을 양보한다. 여성과 함께 걸을 때는 여성을 오른쪽에 두는 것이 신사의 매너다. 그러나 국기에 대해서는 주최 측이 손님에게 상석을 양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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