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이 주는 특별함, 통영 당일치기 여행기
"느림의 끝에서 만난 바다"
서울에서 첫차 고속버스를 타고 통영으로 향했다. 도착까지 약 4시간, 대부분은 잠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그렇게 느린 시작이 오히려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반, 따뜻한 햇살과 함께 바닷바람이 맞아주었다.
첫 걸음, 동피랑 벽화마을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동피랑 벽화마을에 도착했다. 알록달록한 벽화가 옛 골목을 따라 이어지고, 그 사이로 오래된 주택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관광객도 드문 시간이라 한적했고, 골목길을 걷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커피 향과 바닷바람
동피랑 언덕 끝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들어섰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수제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라떼를 주문했다. 카페 주인은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고, 커피머신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고요함이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그것이 여행의 본질이었다.
점심은 서호시장 통영식 밥상
점심시간엔 서호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관광객보다 지역 주민이 더 많은 이 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한 노포 식당에 들어가 멍게비빔밥과 전복국을 시켰다. 바다 내음이 밥 위로 올라오고, 조용히 음미하는 한 입 한 입에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는 한산도 앞바다, 이순신공원 산책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우뚝 선 공원에서 바다를 바라봤다. 크고 거대한 관광지보다, 이처럼 조용한 공원이 더 좋았다. 통영 바다의 푸른빛은 다른 도시와는 조금 달랐다.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돌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 무심히 글을 끄적였다. 바람이 종이를 넘기면, 나는 손으로 다시 펼쳐놓고, 그 시간을 다시 즐겼다.
저녁 노을과 귀로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통영대교 근처에서 마지막 바다를 눈에 담았다.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편의점에서 음료 하나를 사 들고, 조용한 터미널 벤치에 앉았다. 피곤함보단 가벼움이, 아쉬움보단 따뜻함이 남았다.
"비효율은 사치가 아닌 쉼의 기술"
통영에서의 하루는 일정이 빡빡하지 않아 더 기억에 남는다. 인기 장소를 다 돌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히려 그 느슨함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느림은 사치가 아닌, 나를 위한 작은 기술이었다. 통영, 그 느린 도시에서 나는 다시 나와 마주했다.
이번 주말, 느리게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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