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이 주는 특별함, 전주 당일치기 여행기
"익숙한 듯 낯선, 전주 골목에서 보내는 하루"
서울역에서 아침 7시 기차를 타고 전주로 향했다. 고속열차를 타면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일부러 무궁화호를 골랐다. 느리게 달리는 기차에서 책을 읽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면 여행은 이미 시작된다.
첫 만남, 전주 한옥마을
10시경 전주역에 도착. 버스를 타고 한옥마을로 향했다. 수없이 와본 곳 같지만, 혼자서 느리게 걸은 건 처음이다. 대로를 벗어나 골목 안으로 스며들자 조용한 기와지붕과 나무 창틀이 반겨준다. 작은 찻집에 들어가 국화차 한 잔을 시켰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유리창 너머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보는 그 시간, 세상의 속도가 나와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점심은 남부시장
한옥마을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의 남부시장. 활기찬 소리 속에서 전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한 켠의 노포 분식집에 앉아 콩나물국밥과 수제비를 시켰다. 땀을 닦으며 국밥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속이 따뜻해졌다. 여행지에서의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그 도시의 정서를 맛보는 시간이다.
오후는 경기전과 전주향교
점심 후엔 경기전과 전주향교를 찾았다. 넓은 마당을 걷고, 오래된 나무를 지나며 옛 시간을 거닌다. 향교 앞 작은 골목엔 손글씨 간판의 서점과 책방이 숨어 있다. 그중 한 곳에 들어가 책을 한 권 구입했다. 이 책은 오늘의 기념품이자, 전주의 조각이 될 것이다.
노을과 귀로
해질 무렵, 다시 전주역으로. 오는 길에 길거리에서 파는 전주비빔밥 김밥 하나를 사서 기차 안에서 먹었다. 고급스럽지 않아도, 이런 소박한 마무리가 더 마음에 남는다. 창밖으로 지는 해와 붉어진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되짚었다.
"무엇도 하지 않을 용기, 그게 진짜 여행"
전주에서의 하루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기에 더 특별했다. 일정에 쫓기지 않고, 발길 가는 대로 걷고, 우연히 들어간 찻집과 서점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험. 그것이 바로 비효율이 주는 자유로움이었다.
혹시 이번 주말, 혼자만의 느린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전주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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