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틱 음악에 대해서…
먼저는 아일랜드 음악이라고도 불려지는 음악을 켈틱 음악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일랜드의 주요 민족이 켈트족이기 때문이다. 사전을 뒤져보면 켈트족은 “아리안 인종의 일파로 지금은 아일랜드, 스코클랜드와 웨일스의 고지에 살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때는 라틴족, 게르만족과 더불어 유럽을 주름잡던 3대민족의 하나였다. 그렇지만 “기원전 2세기 경부터 켈트족은 유럽각지로 흩어지고 로마의 문화적 영향을 받아오다가 기원전 50년경 시저의 갈리아 정복과 브리튼 정복으로 인하여 로마화 된다”는 역사책의 기록을 보면 기원후 시대 이후에는 역사의 주역에서 물러난 셈이다. 앞의 사전의 말처럼 켈트족의 대다수는 현재 유럽대륙에서 쫓겨나 브리튼 섬과 에이레 섬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니 성공한 민족은 아니다. 게다가 이 섬에서도 스코들랜드와 웨일스는 현재 대영제국에 속해 있고, 아일랜드는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독립국인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분단되어 있다. 근대적 국민국가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민족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켈트족의 문화적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끈질기게 남아 있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 대해 사람들이 연상하는 체크무늬 치마, 파이프를 부는 음악대, 호박으로 만든 할로윈 데이의 괴물 가면 등은 수천년동안 전해 내려오는 켈트족의 문화적 전통이다.
그렇다면 아일랜드 전통음악, 통상 ‘아이리시 트래디셔널’이라고 불리는 음악의 기원은 언제일까? 너무 멀리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는다. 아일랜드가 오늘날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 1700년대, 즉 18세기 무렵이다. 그 전까지는 아일랜드 음악은 대체로 종교음악이거나 전래민요였다. 종교 음악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많지 않지만, 전래민요의 경우 <아!목동아>, <한 떨기 장미꽃>, <종달새>를 한 두번쯤 불러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아일랜드 구전민요의 정서가 어떤 것이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시기는 아일랜드의 역사에서 어떤 시기였을까? 간단히 말해서 영국의 아일랜드 지배가 정착된 시기이다. 청교도 혁명이후 크롬웰은 구교도인 아일랜드인의 토지를 몰수해서 영국인에게 분배했고, 그 결과 아일랜드인 대다수는 영국인 지주 밑에서 일하는 소작농으로 전락했다. 아일랜드인의 ‘트러블’이란 다름 아닌 영국인과 앵글로색슨족을 말하는 것이다.
18세기 아일랜드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털로 오캐롤란이다. 그는 40여년 동안 아일랜드 전역을 여행하면서 후원자들을 위해 작곡을 하고 하프를 연주했다. 바로크 음악의 영향을 흡수하여 그가 만든 작품 가운데 200여 작품은 지금까지도 악보 형태로 남아 있는데, 이 중에서 < O’Carolan;s Concerto>는 현존하는 아일랜드 최고의 트래디셔널 밴드인 치프턴스도 이따금 연주하는 곡이다.
하프를 ‘아일랜드 악기’라고 못박을 수는 없지만 지금도 아이리쉬 트래디셔널이라고 불리는 음악에는 하프가 이따금 등장한다. 그리고 하프가 등장할수록 예스럽고 중세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그 이유는 18세기를 보내면서 하프를 연주하는 전통이 점점 쇠퇴했기 때문이다. 이는 영국의 지배자들이 게일어를 비롯한 전통을 억압하는 법령과 정책을 실시한 결과였다. 그렇지만 하프가 쇠퇴하는 것을 대체하여 새로운 악기가 아일랜드 음악을 상징하게 되었는데, 이른바 일리언 파이프다. 일리언 파이프 외에도 턴 휘슬 또는 페니휘슬, 피들, 보란, 콘서티나처럼 현재까지도 아일랜드 전통음악에서 즐겨 사용되는 악기들도 살아남았다.
정리하면 아이리쉬 트래디셔널이라는 음악은 주로 18세기까지의 작곡가와 연주인들의 세대에서 물려받은 상이한 유형의 음악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넓은 개념이다. 여기에서 성악과 기악이 모두 포함된다. 그런데 음악을 연주하면서 무엇을 했을까? 다름아니라 춤이다. 즉 18세기에 확립된 아일랜드 전통음악은 춤과 연관을 맺는다. 즉 18세가에 확립된 아일랜드 전통음악은 춤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이른바 포크 댄스라고 부를수 있는 춤인데 대표적인 것은 지그와 릴이다.
아이리시 포크라는 범주에 아이리시 트래디셔널과 아이리시 컨템퍼러리(또는 켈틱 컨템퍼러리)를 포함해서 사용해 왔다고 답변하겠다. 즉 전자가 악기 편성이나 연주법 등에서 전통적 노선을 고수하는 경우라면, 후자는 사회적 변화에 맞추어 전톤을 현대화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포크라는 단어의 의미가 날로 모호해진다는 점은 논외로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정의가 타당하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월드 뮤직으로 소개되는 아일랜드 음악은 아이리시 컨템퍼러리에 속할 확률이 많다.
맬런 파커 감독의 영화 <The Commitments>를 보면 “아일랜드인은 유럽의 흑인이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록음악이 ‘흑인처럼 노래 부르는 백인’의 것이라면 아일랜드에서 유명한 록 음악인들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영화는 소울 음악을 하려는 아리랜드의 무명 밴드의 이야기다) 즉, 아일랜드인들이 전통음악이나 민속음악만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1960년대 이후 아일랜드의 젊은 세대들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록 음악을 비롯한 영미의 팝음악을 즐겨 들었다. 단지 즐겨 들은 것뿐만 아니라 팝 음악계에서 혁혁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배출했다.
켈틱음악이 아일랜드 음악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서도 켈틱음악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유럽과 북아메리카 각지에는 켈틱 커뮤니티가 발전해 있어서 축제 같은 행사에 가면 켈틱음악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 지역들의 켈틱음악은 앵글로색슨족의 지배아래 있는 켈트족의 문화라는 점에서 아일랜드의 문화적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위안을 삼기로 하자.
그렇지만 스페인 영토에서 발견되는 켈틱음악은 다소 뜻밖이다. 정확히 말하면 스체인 북서부의 갈리씨아 지방이다. 이런 현상을 영어 단어로 ‘디스로케이션’이라고 부른다. 탈구나 단층화라는 한자어로 번역하지만 불시착이라는 개념적이지 않은 표현을 선호한다. 지도로 보면 브리튼 섬과 에이레 섬에서 가까운 곳이라는 점을 알 수 있고, 켈트족의 역사적 이동경로를 추적한다면 이곳에 거주하는 켈트족이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에 거주하는 켈트족의 선조일 확률이 더 크다. 누가 누구의 선조이든 간에 스페인어(정확히 말하면 갈리씨아어) 가사로 부르는 켈트 음악은 흥미롭다.
참고 문헌으로 ‘신현준의 월드뮤직속으로’라는 책을 선택해서 간단히 요약해 보았다. 예전부터 켈틱 음악, 또는 아이리시 음악이 우리 정서와 맞아 좋아하는 장르여서 이번 기회에 잠시 알아봤는데, 역사적인 아픔과 그들만의 정서와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민족성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문화적으로 살아남아 우리에게 전해지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약간의 편견도 있었지만 이번 레포트를 통해 문화적인 차이와 그 문화에 대해 이해 할 수 있어서 좋은기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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