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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싫다면서 일본은 간다? 광복절에 생각해보는 한국인의 복잡한 일본관

불타는 신디 2026. 8. 14.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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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이 다가오면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다시 이야기하고,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합니다. 일본 정치인의 역사 인식이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가 나오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성향과 상관없이 상당수의 한국인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장면이 있습니다.

일본에 대한 역사 문제에는 이렇게 민감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 가운데 하나가 일본입니다.

도쿄를 가고, 오사카를 갑니다.
후쿠오카를 가고, 삿포로를 갑니다.

일본 음식점을 찾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봅니다. 일본 제품을 구매하고 일본 문화를 즐깁니다.

불과 몇 년 전만 생각해도 상당히 다른 모습입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계기로 한국에서는 ‘NO JAPAN’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습니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일본 제품을 사지 않고 일본 여행도 가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한국인은 일본을 싫어하는 것일까요? 좋아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 질문 자체가 지금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감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을 싫어한다면서 왜 일본으로 여행을 갈까?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숫자는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2026년 상반기에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수백만 명에 달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은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엔화가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한국에서 비행시간이 짧습니다.

저가항공 노선이 많습니다.

음식에 대한 거부감도 적습니다.

치안이나 대중교통에 대한 만족도도 비교적 높습니다.

주말을 이용해서 짧게 다녀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경제적인 이유와 지리적인 이유만 생각한다면 한국인이 일본을 많이 찾는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감정입니다.

우리는 일본의 역사 문제에는 상당히 민감합니다.

일본 정치인이 과거사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 분노합니다.

독도 문제가 나오면 더욱 민감해집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이나 위안부 문제 역시 여전히 끝나지 않은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으로 여행을 갑니다.

겉으로 보면 모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말 모순일까요?


우리가 싫어하는 일본과 좋아하는 일본은 어쩌면 다르다

저는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일본’을 조금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역사 속의 일본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일본입니다.

식민지배의 역사가 있고,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 있습니다.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가 있습니다.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역사와 정치의 일본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일본도 있습니다.

도쿄와 오사카가 있습니다.

후쿠오카와 삿포로가 있습니다.

초밥과 라멘이 있고 온천이 있습니다.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이 있고, 귀멸의 칼날과 주술회전이 있습니다.

게임과 캐릭터가 있고 음악과 영화가 있습니다.

이것은 여행과 문화의 일본입니다.

과거에는 이 두 개의 일본을 하나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싫으면 일본 제품도 사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역사 인식에 화가 나면 일본 여행도 가지 않았습니다.

정치적인 일본과 문화적인 일본을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의 NO JAPAN 운동이 대표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은 비판하지만 일본 여행을 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역사의식이 사라진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을 좋아하면 친일이고, 싫어하면 애국일까?

우리는 오랫동안 일본에 대한 태도를 너무 쉽게 두 가지로 나누어 왔습니다.

친일과 반일입니다.

일본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입니다.

일본 제품을 구매하면 역사의식이 부족한 사람처럼 바라보기도 했고 일본 여행을 가지 않으면 애국적인 사람처럼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한 사람을 생각할 때도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부분이 있으면서 싫어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부분이 있으면서 동시에 비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국가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일본의 문화를 좋아한다고 일본의 식민지배까지 긍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여행을 간다고 독도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판한다고 일본이라는 나라의 모든 것을 미워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과 문화를 소비하는 것은 반드시 같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역사를 잊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또 하나의 극단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와 문화는 다르니까 과거의 역사는 이제 그만 이야기하자는 주장입니다.

이 역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일본 여행을 자유롭게 갈 수 있습니다.

일본 음식을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역사에 대한 기억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가 광복절을 기억하는 이유는 일본을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역사를 지나 지금의 대한민국에 도착했는지를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억과 증오는 다릅니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과 일본인을 미워하는 것도 다릅니다.

과거를 잊지 않는 것과 과거에 붙잡혀 살아가는 것도 다릅니다.

이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광복절은 일본을 미워하는 날이 아니다

광복절이 되면 가끔 일본을 얼마나 싫어하느냐가 애국심의 기준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광복절의 본질은 일본에 대한 증오가 아닙니다.

1945년 8월 15일 우리가 되찾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되찾은 것은 단순히 땅이 아니었습니다.

나라를 되찾았습니다.

우리의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우리의 언어를 되찾았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되찾았습니다.

그래서 광복은 일본을 미워하는 사건이라기보다 대한민국이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은 사건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광복절에 우리가 해야 하는 질문도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일본을 얼마나 싫어하는가?”가 아니라,

“나는 우리가 되찾은 자유와 독립의 의미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여행을 가면서도 역사를 기억할 수 있다

저는 일본 여행을 가는 것 자체를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일본에 직접 가보면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일본과 실제 일본의 차이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평범한 일본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출근하고, 아이를 키우고, 친구를 만나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이 평범한 일본인 전체에 대한 증오로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친절했다고 해서 역사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문화가 좋다고 해서 식민지배의 역사가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일본을 여행하면서도 독립운동가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도 독도 문제에 분명한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일본 음식을 먹으면서도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이것이 과거보다 성숙한 관계로 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도 계속 가까이 살아야 하는 나라입니다.

지도를 펼쳐보면 이것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문화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안보와 외교에서도 서로를 완전히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역사까지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한일관계는 앞으로도 단순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문화적으로는 가까워지면서 정치적으로는 갈등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가 아닙니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비판하며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를 구분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무조건 미워하는 것은 쉽습니다.

무조건 좋아하는 것도 쉽습니다.

그러나 좋은 것은 인정하면서 잘못된 것은 비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문화를 즐기면서 역사를 기억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과거를 기억하면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이 성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광복절에 다시 생각해 본다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을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을 친일이라고 부를 필요도 없습니다.

반대로 역사 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을 시대착오적인 사람이라고 말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일본 여행이 아닙니다.

망각입니다.

역사를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나라를 잃었는지,

누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웠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를 잊는 것입니다.

일본은 갈 수 있습니다.

일본 문화도 좋아할 수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조금 더 성숙한 일본관이 아닐까요?

일본을 미워하는 것이 애국은 아닙니다.

일본을 좋아하는 것이 친일도 아닙니다.

좋은 것은 좋아하되 잘못된 것은 분명하게 말하는 것.

미래를 바라보되 과거를 잊지 않는 것.

그리고 광복절이 되면 일본보다 먼저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것.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태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광복절은 일본을 미워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 아닙니다.

우리가 무엇을 잃었었고, 무엇을 되찾았으며, 그 자유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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