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가 보기에, 이번 신천지 정교유착 수사는 여러모로 씁쓸합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신천지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지난달 이만희 총회장을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이번 달 13일에는 이 총회장과 신천지 간부 3명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신천지 총회 차원에서 국민의힘 가입을 지시하고, 지파별로 인원을 할당하고, 가입 현황까지 취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수사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8일, 합수본이 낸 설명자료를 보고 고개가 갸웃해졌습니다.
신천지에서 탈퇴한 신도가 지난 3월, 진술을 하나 남겼습니다.
2022년 말쯤 지파 간부가 신도들에게 국민의힘 가입을 요구했고, 거부감을 보이면 민주당 가입까지 권했다는 내용입니다.
경기 고양시를 담당하는 시몬지파 청년회장은 이미 두 당에 다 가입돼 있다면서, 정치권에 신천지의 조직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로 신도들의 가입을 독려했다고도 전해집니다.
이 진술, 확보된 게 3월입니다.
지금이 7월인데, 넉 달 동안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쪽은 당사 압수수색까지 했으면서, 민주당 쪽은 왜 입건조차 안 했을까요.

합수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국민의힘 사건은 총회 차원의 조직적 강요가 확인됐지만, 민주당 사건은 그런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일리는 있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총회 차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면, 최소한 들여다는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넉 달 동안 손도 안 대놓고 이제 와서 "확인 안 됐다"고 하면, 그게 정말 수사를 해서 안 된 건지, 안 해서 안 된 건지 어떻게 아나요.
논란이 불거지니까 합수본은 그제야 6·3 지방선거 관련 수도권 일부 지역의 민주당 당원 가입 의혹을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에 지적당하고 나서야 움직이는 수사, 이게 정상인가요.
저는 예전에 이 블로그에 검찰이 감사원과 손잡고 야당만 겨냥하던 시절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여당이 국민의힘이었고, 수사기관이 야당인 민주당을 겨누는 모양새였습니다.
지금은 여당이 민주당으로 바뀌었을 뿐, 수사기관이 여당에 유리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모양새는 똑같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 패턴만은 바뀌질 않네요.
수사기관이 진짜 무서워해야 할 건 여당도 야당도 아니고, 이런 형평성 논란이 반복될 때마다 무너지는 국민의 신뢰 아닌가요.
신천지와 정치권의 유착이 있었다면, 그게 어느 당이든 똑같이 파헤쳐야 합니다.
여당이라고 봐주고, 야당이라고 더 세게 때리는 수사는 이제 좀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넉 달을 묵혀놓고 뒤늦게 수사한다는 발표, 액션은 늦었고 변명은 빠르네요....답답합니다.
이번 수사,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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