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가 보기에, 어제 쓴 보완수사권 폐지 칼럼에 하나를 더 보태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범여권 주도로 통과됐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했고, 안건조정위까지 열었지만 결국 소용없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 개정안에, 아무도 예상 못한 조항이 하나 슬쩍 끼어 있었습니다.
바로 '공소기각 사유 확대' 조항입니다.

지금까지 형사소송법 327조는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제기 절차가 위법 무효일 때만 공소기각을 할 수 있게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정안에는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가 새로 추가됐습니다.
이게 왜 문제냐고요?
국민의힘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 조항이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 후 재판을 지우기 위한 조항이라고 주장합니다.
공소취소가 플랜A, 개헌을 통한 연임이 플랜B, 이번 공소기각 조항이 플랜C라는 겁니다.
말이 좀 자극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타이밍이 공교롭습니다.
이 조항, 기존 논의 과정에서는 없던 내용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만 지켜보고 있던 국민들 몰래, 슬쩍 끼워 넣은 모양새입니다.

여당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헌법에 명시된 상황에서 수사권 조항을 통째로 없애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는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이 공소기각 조항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개혁 취지, 저는 지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개혁 법안 안에, 대통령 본인의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조항을 함께 끼워 넣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개혁이 아니라 사유화입니다.
여당은 이 조항이 대통령과는 무관하다고, 일반적인 피고인 보호 장치라고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토론하지 않았을까요.
떳떳하다면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법안 하나 통과시키는데 이렇게 뒷말이 계속 나오는 거 보면, 여야 모두 국민 신뢰를 얻는 법을 이미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 조항, 본회의 넘어가기 전에 제대로 검증되고 설명되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개혁은 시작부터 정당성을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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