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쓰는 정치칼럼

정청래 김민석 순회경선, 예상이 계속 빗나가고 있습니다

불타는 신디 2026. 8. 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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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가 얼마 전 정청래 후보에 대해 우려 섞인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칼럼에서 저는 정 후보의 '친명' 이미지가 겉모습일 뿐이고, 실제로는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관계처럼 대통령과 당대표가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순회경선 결과를 보니, 이 승부가 제 예상보다 훨씬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애초에 저는 정청래 후보가 무난하게 당선될 거라는 전제 아래 그 이후를 걱정했는데, 지금 보니 당선 여부 자체가 안갯속입니다.

오늘은 지난 이틀간 벌어진 순회경선 결과를 정리하고, 이 초박빙 승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충청에서 벌어진 이변

지난 1일, 민주당 8·17 전당대회의 첫 순회경선이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에서 열렸습니다.

정청래 후보는 충남 금산 출신에 대전 보문고를 졸업한, 말 그대로 이 지역이 고향인 후보입니다.

당연히 정 후보가 우세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김민석 후보가 45.05%(3만632표)를 얻어, 44.61%(3만329표)를 얻은 정 후보를 0.44%포인트 차로 눌렀습니다.

고향에서 진 셈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결과를 두고 "예상 밖 신승"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저도 이 소식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고향에서조차 밀린다는 건, 단순한 이변을 넘어 정 후보의 지지 기반에 실제로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하루 만에 뒤집힌 부울경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2일, 판이 다시 흔들렸습니다.

이번엔 부산·울산·경남, 이른바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본산이라 불리는 지역이었습니다.

정청래 후보가 46.65%(2만5,189표)를 얻어, 43.84%(2만3,675표)를 얻은 김민석 후보를 제쳤습니다.

3위 송영길 후보는 9.49%(5,129표)에 그쳤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 후보는 울산에서는 김 후보에게 뒤졌지만, 당원 수가 더 많은 부산과 경남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체 결과를 뒤집었습니다.

이틀 사이에 두 후보가 각각 1승 1패를 주고받은 셈입니다.

정치는 역시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걸, 이 이틀이 그대로 보여준 셈입니다.

누적 스코어는 초박빙

충청권과 부울경권 결과를 합산하면 어떻게 될까요.

정청래 후보가 45.51%(5만5,518표), 김민석 후보가 44.52%(5만4,307표)를 기록했습니다.

격차는 0.99%포인트, 표 수로는 단 1,211표 차이입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무승부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렇게 근소한 차이는, 어느 한쪽이 압도적인 조직력이나 자금력으로 승부를 결정짓기 어려운 구도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흥미로운 배경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정청래 지도부 체제에서 치러졌던 지난 6·3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부울경 지역 표심은 이미 한 차례 엇갈린 전례가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인 전재수 부산시장과 '뉴이재명'으로 불리는 김상욱 울산시장은 당선됐지만, 친문 적자로 통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후보는 패했습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계파에 따라 표심이 엇갈렸던 전력이 있다 보니, 이번 경선 결과 역시 예단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최고위원 경선도 함께 치러졌습니다

당대표 경선만큼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같은 날 최고위원 경선 결과도 함께 발표됐습니다.

부울경권 누적 기준으로 최 후보가 22.58%(5만5,080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박 후보가 16.41%(4만38표)로 2위, 한 후보가 14.46%(3만5,282표)로 3위, 서 후보가 13.72%(3만3,478표)로 4위, 김용 후보가 12.41%(3만277표)로 5위를 기록했습니다.

최고위원 경선은 여러 명을 동시에 선출하는 방식이라 당대표 경선보다 구도가 복잡한데, 이 순위 역시 앞으로 남은 지역 경선 결과에 따라 계속 바뀔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신을 둘러싼 묘한 신경전

정청래 후보는 부울경 결과 발표 직후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조직도 없고 돈도 깨끗하게 썼다. 돈 쓰지 않는 선거를 하면서 여러 가지로 어려웠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신으로 반드시 김민석 의원을 이길 것이다."

이 발언, 예전 칼럼을 쓰신 분이라면 조금 다르게 들리실 겁니다.

제가 지난번에 이재명 정부와 열린우리당 시절 노무현 정부의 관계를 비유로 들며, 자기 목소리가 강한 당대표가 대통령과 충돌했던 역사를 우려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정 후보 본인은 지금 '노무현 정신'을 자신의 승리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겁니다.

같은 역사적 상징을, 저는 우려의 근거로 썼고 정 후보는 승리의 다짐으로 쓰고 있다는 게 묘하게 대비됩니다.

김민석 후보 측 반응도 흥미롭습니다.

한 관계자는 "충청과 영남 모두 김 의원에게 어려웠던 지역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선방한 결과"라며 "다음 주 경선에서는 지지율 역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계파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경선을 둘러싼 해석은 단순한 승패를 넘어섭니다.

친명(친이재명)계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애초에 "김 후보가 첫 주말 경선에서 격차를 7%포인트 이내로만 좁히면 해볼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누적 격차는 1%포인트도 채 되지 않으니, 오히려 정 후보 측이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반대로 김민석 후보와 가까운 재선 의원 쪽에서는 "초반 강세 지역에서 격차를 크게 벌려 대세론을 만들려던 정 후보의 계획이 틀어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양쪽 다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 셈인데, 저는 이런 계파 셈법 자체보다 이 승부가 이렇게까지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더 눈이 갑니다.

돌이켜보면 이번 전당대회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정청래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현직 대표로서의 인지도,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 강경한 이미지로 다져온 지지층까지, 여러 조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첫 지역인 자신의 고향에서부터 패배했고, 두 번째 지역에서 겨우 반격에 성공하며 초박빙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흐름은 단순히 두 후보의 조직력 차이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원들 사이에서 '친명 일색'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하고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정 후보의 그동안의 여러 논란(막말 이력, 당대표 취임 후의 잡음들)이 표심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정확한 원인은 이후 지역별 결과가 더 쌓여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남은 변수들

이제 경선은 호남과 수도권이라는 '본게임'으로 넘어갑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전당대회에는 선호투표제가 적용됩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3위 송영길 후보의 표가 2순위 선택에 따라 나머지 두 후보에게 재분배되는 방식입니다.

지금처럼 초접전 양상이 계속된다면, 이 선호투표제가 실제로 최종 승자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1순위뿐 아니라 2순위 후보까지 함께 표시하는 방식입니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키고, 그 후보를 1순위로 찍었던 표를 2순위 후보에게 재분배해서 과반이 나올 때까지 계산을 반복합니다.

지금 구도대로라면 3위 송영길 후보가 탈락하고, 그의 표가 정청래·김민석 두 후보에게 어떻게 나뉘는지가 최종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큽니다.

송영길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두 후보 중 누구를 2순위로 더 많이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1%포인트도 안 되는 격차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략지역으로 지정된 경남, 대구·경북 지역에는 유효 투표의 5% 가중치가 별도로 적용되는데, 이 부분이 나중에 최종 집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정리하며

이번 순회경선을 보면서 느낀 건, 정치적 상징이나 명분이라는 게 결국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로 소비된다는 점입니다.

노무현 정신이라는 말 하나도, 저는 신중해야 할 이유로 썼고 정청래 후보는 승리의 동력으로 쓰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이 경선이 실제로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명분들이 동원되는지 계속 지켜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번 초접전 양상은, 역설적으로 민주당 당원들의 표심이 그렇게 일방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특정 계파가 당을 완전히 장악한 것처럼 보이던 시기에도, 실제 투표함을 열어보면 이렇게 팽팽한 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건 정청래 후보에게도, 김민석 후보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던집니다.

누가 당선되든, 절반에 가까운 당원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당선자가 이 균형을 무시하고 자기 진영만을 위한 리더십을 편다면, 지난 칼럼에서 우려했던 '당정 갈등'이나 '계파 갈등 심화' 시나리오는 오히려 더 빨리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초접전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제가 가졌던 우려도 기우로 끝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이번 경선의 진짜 의미는 누가 이기느냐보다, 이긴 사람이 이 팽팽했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호남과 수도권 경선 결과가 나오면, 이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최종 승자가 결정된 이후, 그 사람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는지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를 함께 지켜봐 주신 분들도, 이번 초박빙 승부만큼은 놓치지 마시고 함께 지켜보시면 좋겠습니다.

정치는 늘 예상을 배신하면서 흥미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 경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승부,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호남과 수도권, 그리고 최종 결선까지, 매 순간이 예측 불가능한 만큼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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