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가 예전에 '이재명 장기집권설' 칼럼을 쓰면서, 야권이 주장하는 '플랜A(공소취소), 플랜B(연임 개헌), 플랜C(공소기각)'라는 프레임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이 프레임이 어디까지나 야권의 해석일 뿐, 실체를 확인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살펴보니, '플랜A'라고 불렸던 공소취소 문제는 프레임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조직이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로 이미 몇 달 전부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 조직의 실체와, 왜 이게 지금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2월, 이미 출범했던 모임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줄여서 '공소취소 모임'은 지난 2월 12일 이미 출범했습니다.
박성준 의원이 상임대표를, 김승원·윤건영 의원이 공동대표를, 이건태 의원이 간사를 맡았고 친명계 87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이 내건 목표는 명확합니다.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위증교사 사건 등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들에 대해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도록 하고, 나아가 국정조사까지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대통령 당선 후 재판은 중지됐지만, 조작된 기소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라며 "없는 죄를 만들어 국가원수의 국정 수행을 옥죄는 비정상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언급한 세 사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위증교사 의혹은 모두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부터 검찰 수사를 받아온 사안들입니다.
대선 승리 이후 재판 자체는 헌법상 불소추특권에 따라 중지된 상태지만, 임기가 끝나면 재판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모임은 아예 공소 자체를 취소시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정리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모임,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규모로 커졌습니다.
2월 23일과 24일 사이, 참여 의원이 87명에서 105명으로 늘었습니다.
민주당 전체 의원 162명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이자, 국민의힘 전체 의원 107명에 육박하는 숫자입니다.
단일 의원모임으로는 원내 최대 규모로 단숨에 올라선 셈입니다.
한 정당의 의원모임이 이 정도 규모로 커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보통 특정 현안에 대한 의원모임은 수십 명 안팎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105명이라는 숫자는 사실상 당의 주류 전체가 이름을 올렸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반청' 논란, 계파 다툼의 또 다른 얼굴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등장합니다.
이 모임을 두고 처음부터 "반청(반 정청래)" 모임이라는 해석이 함께 따라붙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가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6·3 지방선거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을 견제하기 위한 계파 결집이라는 시각입니다.
이런 해석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상임대표를 맡은 박성준 의원은, 정청래 대표와 당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박찬대 전 원내대표의 측근으로 꼽힙니다.
간사를 맡은 이건태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입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지난번 정청래 후보에 대해 다뤘던 칼럼에서 언급했던 '석청 대전'(정청래-김민석 경쟁 구도)이 이 공소취소 모임을 매개로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방식의 세력화가 낯설지 않습니다.
명분은 정책이나 이념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당권 경쟁의 대리전 성격을 띠는 모임들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이번 공소취소 모임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당내에서도 이런 해석을 의식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김병주 의원 등 일부는 "계파 세력화"라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모임에서 탈퇴했습니다.
김영진 의원은 방송에 출연해 "'정파 모임'이라고 몰고 가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당이 이 문제를 의제로 삼아 추진해 나가고 소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모임 안에서조차, 이 조직의 성격을 두고 온도차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검찰개혁 전반에 대한 반발도 함께 있었습니다
공소취소 모임과는 별개로, 검찰개혁 전반을 둘러싼 반발도 이 시기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퇴직 검찰들의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며 반발한 바 있습니다.
이 반발이 공소취소 모임을 직접 겨냥한 건 아니지만, 검찰개혁이라는 큰 흐름 자체가 대통령 개인의 사건과 맞물려 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검찰 내부의 반발과 공소취소 모임 논란이 비슷한 시기에 겹치며 여론에 함께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참여 의원이 계파 논리로만 움직이는 건 아닐 겁니다.
진성준 의원은 "공취모에 가입하고 나니 '이 대통령한테 아부하려 한다'는 문자메시지가 온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이 대통령에게 아부할 것 같았으면, 이재명 당대표 시절 금융투자소득세를 하지 말자던 이 대표에게 왜 대들었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처분적 법률은 얼마든지 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처분적 법률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며, 오히려 조작 기소 여부를 명확히 판정하는 게 먼저라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진성준 의원이 언급한 '처분적 법률'이라는 개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처분적 법률은 특정 개인이나 사건을 직접 겨냥해 만들어지는 법률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법의 보편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신중하게 다뤄지는 개념입니다.
진성준 의원의 발언은, 대통령이 스스로를 위한 처분적 법률까지는 원치 않는다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동시에 이런 개념이 언급된다는 사실 자체가 이 논란의 무게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 발언, 저는 나름 진지하게 들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검찰의 표적수사 문제는 실제로 우리 정치사에서 여러 차례 반복돼온 고질적인 병폐이고, 이 문제의식 자체를 전부 계파 논리로 치부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미 이 문제로 청와대 오찬까지 취소했습니다
야당의 반응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공소취소 모임 출범 당시, 이를 이유 중 하나로 들며 청와대 오찬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방탄을 계파 결집 동력으로 삼기 위해 사법 정의와 민심까지 외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야당 입장에서 이 모임은, 여당이 겉으로는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대통령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심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야당 의원들이 국회 발언이나 논평에서 이 모임을 언급할 때마다, "105명"이라는 숫자를 빠뜨리지 않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원내 최대 규모라는 상징성이, 이 모임을 단순한 소수 의견이 아니라 여당 주류의 의지로 해석하게 만드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오늘(8월 4일), 장동혁 대표는 국회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공소기각 조항의 위헌성과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촉구' 긴급 토론회를 엽니다.
지난 2월의 공소취소 모임 논란과, 최근 통과된 형소법 개정안의 공소기각 조항 논란이, 결국 야당 입장에서는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정리하며
지난 '장기집권설' 칼럼에서 저는 '플랜A, 플랜B, 플랜C'라는 프레임 자체가 야권의 해석일 뿐이라고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확인해보니, 적어도 '플랜A'로 지목됐던 공소취소 문제는 상상이 아니라 105명 규모의 실제 조직으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 모임이 정말 대통령을 위한 조직적 방탄인지, 아니면 정치검찰의 표적수사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순수한 문제의식인지는 여전히 해석의 영역입니다.
진성준 의원의 항변처럼, 모든 참여자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는 것도 공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이 모임이 원내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무게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숫자가 이 정도로 커지면, 그건 더 이상 몇몇 개인의 소신이 아니라 당의 실질적인 흐름으로 봐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 모임이 지난 2월에 출범했는데, 왜 지금(8월)에 와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을까요.
그 답은 최근 몇 주간 이 시리즈에서 다뤄온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공소기각 조항 논란, 정성호 법무부장관의 거부권 건의 거부,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의 거부권 요청, 그리고 오늘 예정된 장동혁 대표의 거부권 촉구 토론회까지.
이 모든 사건이 쌓이면서, 지난 2월 출범했던 공소취소 모임이 '이재명 재판을 둘러싼 큰 그림'의 한 조각으로 다시 소환되고 있는 겁니다.
개별 사건일 때는 각자 독립적인 논란처럼 보였지만, 이렇게 시간순으로 늘어놓고 보면 하나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공소취소 모임(2월) → 형소법 개정안 발의 및 공소기각 조항 논란(7월) → 거부권 무산(7월) → 피해자들의 반발과 야당의 거부권 재촉구(8월).
이 패턴이 실제로 조율된 전략인지, 아니면 각각 독립적으로 발생한 사건들이 우연히 겹쳐 보이는 것뿐인지는 여전히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최소한 이 패턴 자체를 인지하고 지켜보는 것과, 개별 사건만 따로 보는 것은 정치를 이해하는 깊이에서 분명한 차이를 만듭니다.
이 흐름이 실제로 공소 취소나 국정조사라는 결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김영진 의원의 말처럼 의제만 던지고 자연스럽게 소멸할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장동혁 대표의 토론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도, 다음 칼럼에서 이어서 다루겠습니다.
정치는 결국 개별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들이 쌓여 만드는 흐름으로 읽어야 한다는 걸, 이번 취재 과정에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이 시리즈, 흩어진 사건들을 하나로 꿰어보는 관점으로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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