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가 오늘은 형소법 시리즈에서 잠시 벗어나,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법안 하나를 짚어보려 합니다.
바로 '사면금지법'이라 불리는 사면법 개정안입니다.
형소법 개정안이 워낙 큰 파장을 일으키며 여러 차례 이 자리에서 다뤄진 것과 달리, 이 법안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반년 가까이 흘러왔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법안 역시 우리 정치의 여러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오늘은 이 법안이 어떻게 시작됐고,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시작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이 법안의 출발점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해 12월 16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사면법을 개정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제한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당초에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이라는 별도 법을 만들어 내란죄를 저지른 자의 사면을 제한하고 구속 기간도 늘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이 특정인을 겨냥한 법이라는 위헌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민주당은 방향을 바꿨습니다.
특별법 대신, 사면법과 형사소송법이라는 일반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겁니다.
이때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에는 1심 구속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늘리고, '군을 동원한 자'에 대한 예외 조항을 넣는 방안이 함께 논의됐습니다.
여기서 잠깐, 사면권이라는 제도 자체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헌법 제79조는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면 제도는 재판의 오류를 사후적으로 바로잡거나, 경미한 범죄자의 사회 복귀를 돕고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권한이 대통령 개인의 판단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특별사면은 국회 동의 없이도 가능해서, 이를 견제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6일 발표한 'NARS 현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22대 국회에만 사면법 개정안 26건이 소관 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입니다.
이 정도로 많은 개정안이 쌓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면 제도 개선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는 있지만 실제로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2월, 법사위 소위를 통과했습니다
해가 바뀌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이 법안은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습니다.
2월 20일, 사면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사면법에 제9조의2를 신설해, 형법상 내란죄·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서는 사면·감형·복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겁니다.
일반사면과 특별사면 모두에 적용됩니다.
다만 완전히 문을 닫아둔 건 아닙니다.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예외적으로 사면이 가능하도록 단서 조항을 넣었습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사면을 금지해야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내란과 외환이 고개를 들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위헌 논란, 익숙한 패턴입니다
이 대목에서 국민의힘의 반발은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봐온 패턴과 비슷합니다.
나경원 의원은 법사위에서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사면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사면의 종류와 절차이지 대상인 사람을 제한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예고하는 것은 위헌적인 헌법 파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법사위 회의 과정에서는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이 "12·3 비상계엄을 모든 1심 재판부가 내란으로 인정했다. 국민의힘 정당 해산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고 주장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법사위 소위를 나갔고, 사면법 개정안은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됐습니다.
이 장면, 저희가 형소법 개정안 시리즈에서 여러 차례 봤던 모습과 정확히 겹칩니다.
여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야당은 절차의 정당성과 위헌성을 문제 삼으며 퇴장하는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된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이번 사면법 개정안에는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이라는 예외 조항을 넣어, 완전한 금지가 아니라 '초당적 합의가 있을 때만 예외를 허용'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형소법 개정안보다 상대적으로 더 신중하게 설계된 지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본회의를 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민주당은 당초 2월 23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2월 임시국회 안에 본회의까지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지금(8월)까지도, 이 법안이 실제로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같은 시기 논의됐던 형사소송법 개정안(보완수사권 폐지)이 지난달 31일 본회의를 통과하며 큰 화제를 모은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사면법 개정안은 상대적으로 조용히, 계류 상태로 반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
왜 이렇게 지연되고 있을까
정확한 지연 이유가 명시적으로 밝혀진 자료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몇 가지 추정은 가능합니다.
첫째,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사면법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대부터 21대 국회까지 무려 32건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도 이미 26건이 계류 중이었습니다.
사면권이라는 대통령의 핵심 권한을 건드리는 사안인 만큼, 어느 국회에서도 쉽게 매듭짓지 못했던 태생적으로 무거운 주제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사면법 개정 시도가 매번 좌절됐던 배경에는, 역대 정부에서 반복돼온 사면권 남용 논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이 있을 때마다, "봐주기 사면" 또는 "정치적 사면"이라는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이번 사면금지법 논의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도, 그 대상이 다른 누구도 아닌 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성 때문일 겁니다.
둘째, 형소법 개정안 하나만으로도 여야가 몇 달째 극한 대치를 이어온 상황에서, 사면법까지 동시에 강행 처리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컸을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에서 형소법에 밀려 뒤로 미뤄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사면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5분의 3 동의 조항 자체가 실무적으로 복잡한 논의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범죄를 어느 수준까지 '내란·외환죄'로 명확히 규정할지, 그리고 5분의 3이라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를 놓고 여야는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세부 조율이 필요했을 수 있습니다.
법안의 큰 틀에는 당내 이견이 크지 않았다고 알려졌지만, 세부 조항을 다듬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8월 국회에서 다시 움직임이 보입니다
최근 들어 사면법 개정 관련 움직임이 다시 감지되고 있습니다.
8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면서, 국회법 개정안(패스트트랙 심사기간 단축)이 이달 13일 본회의에서 우선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면법 개정안도 함께 재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정확히 언제, 어떤 형태로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는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8·17 전당대회라는 당내 일정과도 맞물려 있어, 국회 운영 자체가 전당대회 전후로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연말까지 주요 국정과제와 쟁점 법안 처리를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사면법 개정안 역시 이 흐름 속에서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형소법 개정안 때처럼 강행 처리 수순을 밟을지, 아니면 국민의힘과의 절충을 시도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이릅니다.

정리하며
형소법 개정안 시리즈를 다루면서 계속 짚어왔던 문제의식이, 이 사면법 개정안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개혁이나 재발 방지라는 목적 자체에는 공감할 여지가 있더라도, 특정 개인을 직접 겨냥한 것처럼 보이는 입법이 얼마나 절차적으로 신중하게 다뤄지는지가 결국 그 법의 정당성을 좌우합니다.
사면법 개정안은 형소법과 달리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조점이 하나 있습니다.
형소법 개정안은 여당이 속도를 내다가 결국 여러 논란 속에 강행 처리됐지만, 사면법 개정안은 오히려 속도를 내지 못하고 반년째 표류하고 있습니다.
같은 계엄 사태에서 출발한 두 법안이 이렇게 다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국회 입법 과정이 얼마나 정치적 우선순위와 여론의 관심도에 좌우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주목도가 높았던 형소법은 여러 논란 속에서도 결국 통과까지 이어졌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사면법은 계속 뒤로 밀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현상이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번 사면법처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논의되는 방식이, 형소법이 겪었던 절차적 논란을 피하는 데는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반년 가까이 계류되고 있다는 사실이, 애초에 이 법안이 얼마나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말 필요한 법이라면 왜 아직 매듭짓지 못했는지, 혹은 처음부터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컸던 것은 아닌지, 이 부분은 조금 더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법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본회의에 다시 오르는지, 그리고 국민의힘이 예고한 위헌 논란이 이번에도 반복될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형소법 시리즈처럼, 이 사안도 결론이 날 때까지 놓치지 않고 이 자리에서 짚어드리겠습니다.
같은 계엄 사태에서 출발한 두 법안의 서로 다른 운명을 비교해보는 것도, 앞으로 이 시리즈를 따라가는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법안 하나하나가 통과되는 속도와 방식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 국회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관점으로, 눈에 띄지 않는 법안들까지 놓치지 않고 짚어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국면에서 다시 이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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