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가 얼마 전 정청래·김민석 순회경선의 초박빙 승부를 다뤘습니다.
그때는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0.99%포인트)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번 주에는 숫자보다 말 한마디가 더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명청대전'이라는 단어입니다.
이 네 글자를 둘러싸고 두 후보가 벌이는 공방이, 오히려 득표율 숫자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이 부분을 짚어보려 합니다.

김민석이 먼저 꺼낸 말입니다
'명청대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명'과 정청래 후보의 '청'을 합쳐, 두 사람 사이의 갈등설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앞서 다뤘던 '장기집권설'이나 '공소취소 모임' 칼럼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프레임들을 살펴봤는데, 이번 '명청대전'은 그중에서도 당내 권력 구도와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결이 조금 다릅니다.
이 단어를 정치 프레임으로 적극 활용한 건 김민석 후보였습니다.
그는 전주 콘서트에서 "이재명 대통령 1년 동안 가장 중요한 시기에 '명청대전'이라고 불리는 갈등이 있었다"며 "이 갈등이 한 달만 더 계속되면 이 나라의 명운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남·광주 결의대회에서는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명청대전이 4년, 아니 한 달만 계속되면, 이번 전당대회 결과가 대통령과 확고한 파트너십을 가지고 밀어주는 공조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정부·대통령·국정방향·지방 발전, 나아가 이 나라의 명운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약하면 이런 논리입니다.
"정청래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과 다시 갈등을 빚을 것이고, 그러면 나라가 흔들린다. 그러니 나를 뽑아야 한다."

정청래의 반격 - "배신은 총량이 없다"
정청래 후보는 이 프레임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강릉 당원 토크콘서트에서 그는 "의리는 총량이 없고 배신도 총량이 없다"며 "한 번 배신하고 두 번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법칙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민석 후보의 오래된 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정몽준 후보 지지로 돌아섰던 이른바 '후단협 사태' 전력입니다.
이 사건을 잠깐 짚어보면,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를 구성해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 부진을 이유로 정몽준 후보로의 단일화, 나아가 노 후보의 후보직 사퇴까지 요구했던 사건입니다.
결국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끝에 노무현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됐지만, 이 과정에서 후단협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이후 오랫동안 '배신자'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습니다.
김민석 후보가 당시 후단협에 이름을 올렸던 이력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치적 약점으로 다시 소환되고 있는 셈입니다.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위해 노심초사할 때 김 후보는 어디서 무엇을 했나"라고 반문하며, "18년 동안 가출했던 사람이 다시 집에 들어와서 집문서를 내놓으라고 한다"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이걸 '첫 번째 배신'으로 규정한 뒤, 2022년 지방선거 패배를 이재명 책임으로 돌렸던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을 "두 번째 배신"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국무총리 재직 중 잦은 순회 행보에 대해서도 "국무총리면 국무총리 일만 열심히 하지, 왜 당대표가 로망이라고 평지풍파를 일으키나"라며 "그게 자기정치 아니냐"고 쏘아붙였습니다.
정 후보의 SNS 게시글 역시 이 시기 대부분 김 후보 측을 겨냥한 내용이었습니다.
일부 의원이 지역구 현수막에 김 후보 측 캠페인 구호인 '전 당원 100% 투표' 문구를 내건 것을 문제 삼기도 했고, 김 후보가 제기한 신천지 의혹을 두고는 "당대표가 되면 김 후보에 대한 윤리감찰 지시를 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SNS와 공개 발언을 넘나들며 이어지는 공방은, 지지자들 사이의 온라인 여론전으로도 그대로 옮겨붙는 모습입니다.

서로 윤리위 제소까지 예고했습니다
이 설전, 말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청래 후보는 부울경 합동연설회에서 "신천지 의혹 제기로 당을 공격하고 당원들 가슴에 상처를 준 김민석 후보는 반드시 윤리위에 제소해서 심판받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민석 후보 측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잘못된 계파 행위를 한 사람들, 상대 후보 연설에 잘못된 비난과 선동을 한 사람들, 모조리 윤리위에 제소해서 심판받게 하겠다"고 맞받았습니다.
같은 당 안에서 벌어지는 당권 경쟁인데, 양측 모두 상대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상황까지 온 겁니다.
당 윤리위원회 제소는 원래 당원의 규정 위반 행위를 심의하기 위한 절차인데, 이렇게 당권 경쟁 과정에서 상호 제소 카드로 언급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실제로 제소가 이뤄지고 심의 절차가 진행된다면, 경선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한동안 후폭풍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승리한 쪽이든 패배한 쪽이든, 윤리위 제소라는 절차 자체가 남긴 앙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격해졌을까 - 숫자를 다시 보면
이 설전이 이렇게까지 뜨거워진 배경에는, 지난번 다뤘던 그 초박빙 득표율이 있습니다.
부울경과 충청권을 합한 누적 득표에서 정청래 후보가 45.51%(5만 5,518표), 김민석 후보가 44.52%(5만 4,307표)를 기록하며 단 0.99%포인트 차이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송영길 후보는 9.97%(1만 2,156표)를 얻었습니다.
이 정도로 표 차이가 작으면, 남은 경선에서 어느 한쪽의 실수나 논란 하나가 승부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양쪽 모두 상대의 약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네거티브 전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김민석 후보 입장에서는 '명청대전'이라는 프레임이, 정청래 후보를 "당정 갈등을 일으킬 위험한 카드"로 낙인찍을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입니다.
정청래 후보 입장에서는 '배신자 프레임'이, 김민석 후보의 오래된 약점을 지금 이 순간 가장 효과적으로 재소환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흥미로운 건 두 프레임 모두 '신뢰'라는 같은 가치를 놓고 싸운다는 점입니다.
김민석 후보는 "정청래가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하고, 정청래 후보는 "김민석은 과거에도 신뢰를 저버린 전력이 있다"는 기억을 소환합니다.
결국 두 후보 모두 '누가 더 믿을 만한 사람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서로 다른 각도에서 답하려 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이,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는 과거의 흠집 찾기와 미래에 대한 불안 조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당원들 입장에서는 두 프레임 중 어느 것이 더 설득력 있는지 판단하기에 앞서, 애초에 이런 방식의 공방이 당의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박범계 의원까지 가세했습니다
이 논쟁에는 제3자도 끼어들었습니다.
박범계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명청 대결은 단순한 프레임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청래 후보 스스로가 명청대전을 자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민석 후보의 후단협 논란에 대해서는 "능력으로 극복했다"고 평가하며, 정청래 후보의 '배신자' 공세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같은 당 소속 의원이 특정 후보 편을 노골적으로 들지 않더라도, 이런 발언 하나하나가 당내 여론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신경전은 두 후보만의 싸움이 아니라 당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이런 제3자의 개입은 이번 전당대회의 또 다른 특징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두 후보 진영만의 대결이 아니라, 당내 여러 의원들이 각자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한쪽 프레임에 힘을 실어주거나 거리를 두면서, 경선 자체가 당 전체의 노선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양상은 경선이 끝난 이후에도, 승자와 패자 사이의 앙금으로 남아 당의 통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명청대전'이라는 말, 따지고 보면 실체가 명확히 검증된 사실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프레임에 가깝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후보 사이에 실제로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는, 예전 칼럼에서 짚었듯 정청래 후보 본인이 계속 부인해온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프레임이 지금은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무기로, 그리고 그 반격으로 나온 '배신자 프레임' 역시 또 다른 무기로 쓰이고 있습니다.
두 프레임 모두 어느 정도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지만, 동시에 상당 부분 과장되거나 선택적으로 강조된 측면이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런 프레임 전쟁이 격화될수록, 정작 당원들이 판단해야 할 진짜 질문, 즉 "누가 당을 더 잘 이끌 수 있는가"라는 정책적·비전 중심의 논의는 뒤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과거의 흠집을 찾아내고, 미래의 불안을 자극하는 방식의 경쟁이 반복되면, 결국 당원들은 후보의 정책이나 리더십 역량보다 감정적인 판단에 기대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가 단순히 누가 이기느냐를 넘어, 앞으로 민주당의 당권 경쟁 문화 자체에 어떤 선례를 남길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결국 유권자, 이 경우에는 민주당 당원들이 판단해야 할 몫입니다.
'명청대전'이 정말 우려할 만한 실체인지, 아니면 경쟁 상대를 흠집 내기 위한 과장된 프레임인지, '배신자'라는 낙인이 20여 년 전 일을 지금 다시 꺼내 쓸 만큼 유효한 잣대인지.
8일로 예정된 인천·제주 경선에서 이 프레임 전쟁이 실제로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리즈, 다음 경선 결과가 나오는 대로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두 후보의 말이 아니라, 결국 표로 나오는 결과가 이 모든 논쟁의 답을 말해줄 겁니다.
말의 무게는 표로 증명될 때 비로소 진짜 의미를 갖는 법입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경선 결과가 나오는 대로, 다시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끝까지 관심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건강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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