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가 몇 주째 이어온 형소법 시리즈, 이번 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려 합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그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수사기관이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오늘 짚어보겠습니다.
바로 중대범죄수사청, 줄여서 '중수청'입니다.
이 시리즈를 처음부터 지켜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형소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검사의 수사권을 없애면 그 빈자리는 누가 채우느냐"는 질문으로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야당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이 없다고 비판해왔고, 여당은 새로운 전담 기관을 만들면 된다고 맞서왔습니다.
이번 직제안 공개로, 그 답의 실체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숫자와 조직도로 드러났습니다.

10월 2일, 실제로 문을 엽니다
지난 4일, 행정안전부 중수청 개청준비단이 중수청의 조직과 정원, 인사관리 방안을 담은 직제안과 임용령 제정안을 공개했습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중수청은 오는 10월 2일 정식으로 출범합니다.
같은 날인 4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핵심으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처음 제정된 이후 72년간 이어져 온 검사의 수사권이, 이로써 완전히 사라지게 됐습니다.
법이 확정되는 바로 그 순간, 그 빈자리를 채울 새 기관의 밑그림도 함께 공개된 셈입니다.
어떤 규모, 어떤 조직인가요
중수청은 서울에 있는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전국 6개 지방청으로 구성됩니다.
총 정원은 2,874명입니다.
본청의 역할
본청은 전국 단위의 수사정책을 세우고, 각 지방청의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서울청, 가장 큰 규모로 편성됩니다
중대범죄 사건이 특히 집중되고 관할 구역도 넓은 서울지방청에는 전체 지방청 가운데 가장 많은 1,089명이 배정됩니다.
청장 아래 차장 3명을 두고, 1차장 산하에 경제범죄수사국과 금융범죄수사국을, 2차장 산하에 반독점수사국과 반부패수사국을, 3차장 산하에 마약수사국과 첨단수사국을 배치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세분화된 국 단위 조직을 갖춘다는 건, 단순히 사건을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각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수사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나머지 5개 지방청
수원,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나머지 지방청은 청장 아래 차장 1명을 두고, 그 아래 경제범죄수사국, 반부패수사국, 사무국만 운영하는 상대적으로 단출한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신설 조직 규모, 이전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결정 뒤에는 한 가지 반성이 깔려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출범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규모로 시작하면서, 제대로 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반영해, 정부는 이번에는 검찰의 검사와 수사관들을 최대한 중수청으로 유입시켜, 처음부터 큰 조직으로 출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2,874명이라는 정원 규모 자체가, 공수처 때의 시행착오를 의식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범죄를 다루나요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그리고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범죄, 사이버범죄, 법왜곡죄까지 이른바 '7대 중대범죄'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설계됐습니다.
이 범죄 목록 안에 내란·외환죄가 포함돼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앞서 다뤘던 사면법 개정안이 내란·외환죄에 대한 사면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범죄를 실제로 수사할 전담 기관까지 이번에 함께 윤곽이 잡힌 셈입니다.
권한 집중을 막기 위한 장치도 있습니다
새로운 수사기관이 만들어질 때마다 항상 따라붙는 우려가 있습니다.
바로 권한이 한곳에 집중되는 문제입니다.
이를 의식한 듯, 행안부는 중수청 수사관에 대한 임용권을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 중수청장이 계급별로 나눠 갖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사권이 중수청장 한 사람에게 몰리지 않도록, 처음부터 여러 주체가 나눠서 견제하는 구조를 만든 셈입니다.
검찰이나 경찰 같은 기존 수사기관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비판이 이번 개혁의 출발점이었던 만큼, 새로 만드는 조직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신경 쓴 흔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걱정했던 '피해자 보호', 어떻게 설계됐을까
이번 시리즈에서 계속 짚어온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부산 돌려차기 사건처럼 초동 수사 단계에서 놓칠 뻔한 사건들을 누가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느냐는 우려였습니다.
이번 직제안에서 이 부분에 대한 실제 설계가 드러났습니다.
본청에는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팀', 서울지방청에는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과', 그 외 지방청에는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팀'이 각각 설치됩니다.
이 부서들은 다른 수사기관에서 1차 수사한 사건에 대해, 검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중수청이 보완수사를 진행하는 역할을 전담하게 됩니다.
즉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방식은 사라졌지만, 검사의 '요청'을 받아 별도 전담 조직이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를 새로 만든 겁니다.
나경원 의원이 토론회에서 "중수청에 피해자보호전담부서를 둔다고 되겠느냐"고 비판했던 게 바로 이 조직을 두고 한 말이었는데, 이제 실제 이름과 규모가 구체적으로 공개된 만큼, 이 부서가 실제로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하는지는 개청 이후 실제 사례를 통해 검증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와 기소, 실제로 분리됩니다
이번 설계에서 눈에 띄는 원칙이 하나 더 있습니다.
중수청에는 검사 파견이 금지됩니다.
그래서 여러 수사기관이 함께 수사를 진행하는 합동수사과가 필요할 경우, 중수청 소속이 아닌 외부의 공소청 검사와 별도로 협력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개청준비단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영장 청구와 송치·기소 단계까지 필요하면 중수청이 공소청의 의견을 수시로 청취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보완수사 요구로 사건이 오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사 지연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협력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이번 개혁의 원칙이, 조직 설계 단계에서부터 상당히 엄격하게 반영된 모습입니다.

남은 과제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검사들이 얼마나 옮겨올지 불투명합니다
법조 경력 10년 이상 검사는 3급, 10년 미만은 4급 수사관으로 임용하는 기준이 마련됐지만, 구체적인 호봉 인정 방식이나 보수 수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경험이 풍부한 중간 간부급 검사들이 얼마나 합류할지가 중수청의 초기 안착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사 입장에서는 익숙한 검찰 조직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기관으로 옮기는 결정 자체가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처우와 향후 경력 경로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우수한 인재일수록 이동을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전산망도 아직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중수청 자체 수사전산망(KICS)을 구축하는 데는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은 경찰청의 전산망을 빌려 쓰기로 했는데, 독립된 수사기관이 다른 기관의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는 두 기관의 데이터베이스를 분리해서 수사 정보가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개청 초기에는 시스템 완성도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독립된 수사기관이 다른 기관, 그것도 견제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경찰의 전산망을 빌려 쓴다는 구조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
수사 기록의 보안과 독립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부분이 개청 초기 가장 취약한 지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휘부 인선도 남았습니다
중수청장을 비롯한 지휘부 인선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개청까지 남은 두 달 안에 청문회와 임명 절차까지 모두 마쳐야 하는 빠듯한 일정입니다.

정리하며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공포되는 과정을 이 시리즈에서 계속 지켜봐 왔는데, 이번에 그 개혁의 실제 '완성형'이 어떤 모습인지 처음으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김민재 중대범죄수사청개청준비단장은 이번 직제안을 발표하며 "중수청의 출범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실현하는 검찰개혁의 중요한 단초"라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전문 수사기관으로 출범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지 자체는 분명합니다.
다만 검사 유치, 전산망 구축, 지휘부 인선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10월 2일이라는 출범일이 실질적인 준비 완료를 의미하는지는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팀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제 역할을 해내는지가, 그동안 이 시리즈에서 다뤄온 우려들이 기우였는지 현실이었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수청이 실제로 문을 여는 10월, 그리고 그 이후의 실제 운영 모습까지 계속 지켜보고 다시 짚어드리겠습니다.
이번 시리즈를 처음부터 돌아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권한을 나누는 개혁이, 그 나뉜 권한을 실제로 잘 작동하게 만드는 설계까지 함께 갖췄느냐는 질문입니다.
검사의 수사권을 없애는 건 국회에서 법 하나로 결정할 수 있었지만, 그 자리를 대신할 조직이 실제로 신뢰받는 기관으로 자리 잡는 일은 법 통과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과제입니다.
인력을 얼마나 유치하느냐, 시스템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부서가 이름뿐인 조직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조직이 되느냐.
이 세 가지가 앞으로 몇 달, 몇 년에 걸쳐 하나씩 시험대에 오를 겁니다.
법이 통과되는 순간의 정치적 공방보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국민의 실생활에 훨씬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면일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조직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특히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팀이 현장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 계속 추적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긴 시리즈였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국면에서 다시 이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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