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가 보기에, 이번 주 정치권을 관통하는 진짜 이슈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동안 따로따로 봐온 사건들이, 이번 주를 기점으로 하나의 큰 그림으로 묶이고 있습니다.
바로 '이재명 장기집권설'입니다.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보겠습니다.
시작은 지난주 다룬 형사소송법 개정안이었습니다.
기존 논의에 없던 '공소기각 사유 확대' 조항이 뒤늦게 발견됐고, 야권은 이를 대통령 재판을 지우기 위한 장치라고 의심했습니다.

이번엔 조정식 국회의장 차례입니다.
지난 28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조 의장은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에 대해 "결국 주권자 국민의 선택"이라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장실 공보소통수석은 "이 조항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문자 그대로 보면 될 것 같다"는, 뭔가 애매한 답을 내놨습니다.
동의한다는 건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은 화법입니다.
여기에 야권이 하나를 더 얹었습니다.
'공소 취소'입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재명 정권이 플랜A '이재명 공소취소'가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플랜B '이재명 연임 개헌'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조 의장을 '명픽 국회의장', 즉 이재명 대통령이 고른 인물이라 칭했고,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독재명'이라는 조어까지 만들어 썼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가세했습니다.
그는 "대법관 증원, 4심제, 법왜곡죄, 조작기소 국정조사, 공소취소 특검 등은 모두 역사의 법정에 서야 할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며, 대통령에게 "연임은 없다는 다섯 글자를 말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조 의장을 "친명계 핵심 인사"로 지목하며 "대선 설계자가 이제 연임 설계자로 나섰다"고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기부터입니다.
이 논란에 가세한 게 국민의힘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낙연 전 총리 계열의 새미래민주당도 "민주당이 그동안 음모론이라 일축했던 우려를,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직접 현실적인 논의 대상으로 끌어올렸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민주당 뿌리를 둔 세력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다는 건, 이 논란이 단순한 여야 프레임 싸움만은 아니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물론 여당은 강하게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연임 이야기는 막무가내식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했고, 강준현 수석대변인도 "대통령 본인이 여러 차례 현행 헌법상 연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재확인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본인도, 청와대 참모진도 이미 여러 차례 "연임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서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동훈 의원이 말하는 '플랜A, 플랜B'라는 구도는, 어디까지나 야권의 해석이자 프레임입니다.
공소취소나 연임 개헌을 실제로 추진하겠다는 공식 방침이 여당에서 나온 적은 없습니다.
이 프레임을 그대로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건 저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의심이 아예 근거 없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형소법 개정안에 사전 설명 없이 슬쩍 들어간 공소기각 조항, 그리고 국회의장이 헌법 128조 2항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 않고 애매하게 넘어간 것.
이 두 장면이 겹치면서, 안 그래도 있던 의심에 기름을 부은 겁니다.

여당이 정말 이런 의도가 없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애매한 화법 대신 명확한 부인입니다.
조정식 의장이 "128조 2항, 문자 그대로 보면 될 것 같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게 아니라, "그 조항 그대로 지지하고, 대통령 연임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면 이런 논란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의심을 키우는 건 상대 진영의 공격이 아니라, 스스로의 애매한 화법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장기집권설'이 사실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의심이 완전히 허구라고 치부하기에는, 여권 인사들의 화법이 너무 여러 번 애매했습니다.
공소기각 조항도, 개헌 발언도, 결국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려 한 게 공통점입니다.
정치는 의도보다 신호로 판단됩니다.
지금 여권이 보내는 신호는, 스스로 오해를 자초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이 논란, 결국 대통령 본인이 다시 한번 명확하게 정리해야 끝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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