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도, 한때는 유시민 작가의 글과 말에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며 역사를 보는 눈을 배웠고, 썰전에서 그의 냉철한 분석을 보며 논리적으로 사고한다는 게 뭔지 배웠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의 행보를 보면,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감정을 걷어내고, 그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팩트로만 한번 정리해보려 합니다.
그의 이름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계기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서울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이른바 '서울대 프락치 사건'에 연루됐고, 이때 옥중에서 쓴 항소이유서가 화제를 모으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대표작 '거꾸로 읽는 세계사'로 100만 부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지만, 이 책 역시 출처 누락과 표절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그의 이름 뒤에는 늘 '화제'와 '논란'이 함께 붙어 다녔던 셈입니다.
먼저 정치인 시절입니다.

유시민은 16·17대 국회의원, 44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후반에는 "정상적인 통치력을 상실했다"며 하야를 공개 촉구한 적이 있습니다.
이 발언으로 호남계 정치인들로부터 "호남 혐오론자", "영남 패권론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2013년에는 국민참여당 부정 경선 논란 속에서 진상조사 요구를 거부한 채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당시 이 문제를 파고든 전문가는, 유시민이 당권을 잡으려다 오히려 자신의 문제만 드러나자 책임을 떠넘기고 탈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정계 은퇴 이후에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스스로를 '어용지식인'이라 칭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안팎에서 방어하는 역할을 자처한 겁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그의 신뢰도에 가장 큰 타격을 준 사건이 벌어집니다.
2019년 12월, 유시민은 유튜브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들여다봤고, 제 개인 계좌도 사찰했을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2020년 7월에는 라디오에 출연해 시점까지 특정하며, 한동훈 검사가 있던 반부패강력부가 주도했다는 취지로 더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조국 사태 정국에서 검찰을 공격하는 핵심 논리로 이 주장이 활용됐습니다.

그런데 2021년 1월, 유시민은 이 모든 게 사실이 아니었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상대방을 악마화했다"고 스스로 인정했고, 검찰과 한동훈 검사에게 공식 사과했습니다.
입증하지 못할 의혹을 제기해서 노무현재단을 정치적 소용돌이에 끌어들였다며, 후원회원들에게도 사과했습니다.
이 사건 하나만 놓고 봐도, 확신에 찬 주장이 나중에 허위로 드러나는 패턴을 이미 한 번 겪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은 아니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고, "김정은은 계몽군주 같다"는 표현으로도 논란을 빚었습니다.

2022년 대선 국면에서는 "윤석열이 당선돼도 나라 안 망해요"라는 낙관적인 발언을 남겼습니다.
이후 계엄 사태 등 여러 정치적 격변을 거치며, 이 발언은 온라인상에서 "그때 예측이 틀렸다"는 지적과 함께 다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행적입니다.

그리고 지금, 2026년.
유시민은 방향을 완전히 바꿔 이재명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이재명 대통령이 진심으로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재명의 민주당이냐 민주당의 이재명이냐"는 이른바 '명픽' 발언까지 내놨습니다.
대통령이 당을 지배하는 구조라면 당이 해체에 이를 거라는 경고도 했습니다.
이 발언들에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저격의 언어"라는 우려가 나왔다는 건 이미 지난 칼럼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자, 이제 이 모든 행적을 놓고 패턴을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그는 늘 확신에 차서 말합니다.
그 확신이 맞을 때도 있었지만, 노무현재단 계좌 사찰 주장처럼 완전히 틀렸던 적도 분명히 있습니다.
둘째, 그의 정치적 태도는 한 방향으로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김대중 정부에는 등을 돌렸고, 문재인 정부는 어용지식인을 자처하며 열렬히 옹호했고, 이제 이재명 정부에는 날카로운 비판자로 서 있습니다.
셋째, 그의 발언은 항상 파장이 큽니다.
정계를 은퇴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그의 말 한마디가 당내 헤게모니 다툼의 중심에 서는 이유입니다.
이 세 가지 패턴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예측해보겠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과거 패턴에 근거한 추측이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힙니다.

첫째, 그는 앞으로도 이재명 정부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김대중 정부 때도 그랬듯, 한번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 쉽게 거둬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둘째, 그 비판의 수위는 8월 17일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당권 구도가 확정되고 나면, 그는 승자든 패자든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다만 노무현재단 사건에서 봤듯, 그의 주장 중 일부가 근거 부족으로 드러나 정정하거나 사과하는 국면이 다시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확신에 찬 발언일수록, 사실관계 확인은 그만큼 더 필요하다는 게 그의 과거가 보여주는 교훈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반대로 그가 갑자기 화해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국 사태 때도 강경하게 몰아붙이다가 결국 스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전례가 있어서, 이번에도 정치적 부담이 커지면 톤을 낮출 수 있습니다.
다섯째, 그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정계를 은퇴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당내 계파 간 대리전으로 해석되는 걸 보면, 그가 스스로 물러설 생각이 없는 한 이 영향력을 완전히 내려놓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오히려 이런 위상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마다 그의 이름이 계속 소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그를 오래 지켜본 사람이라면 알 겁니다.
유시민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진영의 중심에 서다가도, 그 확신이 사실과 부딪히면 스스로 무너지기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한때 그를 보고 배웠던 사람으로서, 이번만큼은 확신보다 사실 확인이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저 같은 사람이 다시 한번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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