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쓰는 정치칼럼

형소법 개정안, 통과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써야 하는 이유

불타는 신디 2026. 7. 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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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에듀신문

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가 보기에, 이 법안은 이대로 통과되면 안 됩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습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서고 있지만, 국회법상 24시간이 지나면 강제 종료되고 결국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절차는 하나입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흔히 말하는 거부권입니다.

저는 이 법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눠서 짚어보겠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첫째, 경찰의 수사 독점과 견제장치의 부재

지금까지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경찰 수사에 대한 사실상 유일한 외부 견제 장치였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없애고, 대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만 남겼습니다.

문제는 이 요구권의 실효성입니다.

경찰이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담당 경찰관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수사 결과 자체가 달라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다시 떠올려보겠습니다.

경찰은 처음에 중상해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만약 그때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살인미수, 나아가 강간살인미수라는 진실은 영영 묻혔을 수도 있습니다.

장윤기 사건에서도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과 증거인멸 정황을 밝혀낸 건 검찰의 보완수사였습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개혁 취지 자체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수사 권한을 사실상 경찰 한 곳에만 몰아주면서, 그 경찰을 견제할 수 있는 외부 장치를 동시에 없애버리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권력은 분산되고 서로 견제할 때 남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건 검찰개혁이든 경찰이든 어느 기관에나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지금 이 개정안은, 견제받지 않는 수사기관을 하나 새로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둘째,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장치의 미흡

두 번째 문제는 약자 보호입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실수나 부실이 생겼을 때, 지금까지는 검사가 직권으로 개입해서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절차는 피해자나 고소인이 별도로 나서지 않아도, 국가가 알아서 오류를 시정해주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가 사라지면, 이제 그 오류를 바로잡는 책임은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갑니다.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 결국 고소인이 직접 이의를 제기하고, 필요하면 재정신청이나 헌법소원 같은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런 절차, 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대응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혼자 힘으로 서류를 준비할 여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라면 어떨까요.

대한변호사협회가 계속 우려를 표해온 지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제도가 잘못됐을 때 그걸 스스로 다퉈야 하는 부담이, 이미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돌아간다는 겁니다.

국가가 직권으로 바로잡아주던 안전장치를 없애면서, 그 자리를 개인의 소송 능력으로 채우라고 하는 셈입니다.

이건 개혁이 아니라 책임의 떠넘기기에 가깝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셋째, 변호사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벽

세 번째는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 바로 비용입니다.

지금까지는 검사가 직권으로 보완수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별도의 비용 없이 국가가 수사의 공백을 메워줬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역할이 사라지면, 경찰 수사에 불만이 있는 국민은 스스로 이의신청을 하고, 재정신청 절차를 밟고, 필요하면 법적 다툼까지 준비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십중팔구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해집니다.

수임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낫습니다.

문제는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결국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어도,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 부분이 정확한 통계로 증명된 건 아닙니다.

다만 논리적으로 충분히 예상 가능한 그림입니다.

국가가 무료로 해주던 견제 기능을, 개인이 돈을 들여 사서 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니까요.

이렇게 되면 사법 접근성이 사실상 소득 수준에 따라 갈리게 됩니다.

돈이 있으면 억울함을 다툴 수 있고, 돈이 없으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

이게 정말 개혁이 지향해야 할 방향일까요.

출처 : YTN

그래서 거부권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 개정안에는 사전 설명 없이 슬쩍 들어간 '공소기각 사유 확대' 조항까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통합위원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조차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게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낸 상태입니다.

경찰 독점, 약자 보호 공백, 국민 부담 증가, 위헌 논란까지 겹친 법안입니다.

이 정도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명분은 충분합니다.

물론 거부권은 함부로 쓸 카드가 아닙니다.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고, 거부권 행사는 예외적인 상황에 한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법안은, 그 예외에 해당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여당과 개혁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검찰의 권한 남용을 막고 경찰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말합니다.

이 주장도 근거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정치검찰이 수사와 기소권을 동시에 쥐고 남용해온 역사가 실제로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방향이 옳다고 해서,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까지 눈감아도 되는 건 아닙니다.

견제장치 없는 수사기관, 스스로 다퉈야 하는 약자들, 그리고 그 다툼에 드는 비용까지.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한 명확한 보완책 없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힘없는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대통령이 진짜 국민을 위한 개혁을 원한다면, 지금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멈춤입니다.

거부권을 행사해서 국회로 돌려보내고, 견제장치와 약자 보호 방안을 제대로 채워 넣은 뒤에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이게 국민을 위한 진짜 개혁 아닐까요.

거부권 행사 이후의 그림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위키트리

법안이 국회로 돌아가면, 여야는 다시 논의 테이블에 앉아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 경찰 견제 장치를 어떻게 보완할지, 약자를 위한 무료 법률지원을 어떻게 확대할지, 이의신청 절차를 얼마나 간소화할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면 됩니다.

지금처럼 사흘 만에 밀어붙이는 대신, 이번엔 시간을 들여서 제대로 만들면 됩니다.

거부권은 개혁을 막는 도구가 아니라, 더 나은 개혁을 위한 시간을 버는 도구입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만큼은 대통령이 국회의 속도전에 제동을 걸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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