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가 보기에, 결국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제 법사위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습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닙니다.
패스트트랙 심사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안, 선관위 특검법까지 한꺼번에 올라왔습니다.
세 개를 한 번에 밀어붙이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서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24시간이 지나면 무제한 토론을 강제로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결국 내일쯤 처리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 필리버스터, 사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절차입니다.
막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하는 걸까요.
시간을 버는 것 말고는, 사실상 항의의 의미가 큽니다.

그런데 이번엔 국회법 개정안도 같이 눈에 띕니다.
패스트트랙 심사기간을 상임위 60일, 법사위 30일로 줄이는 내용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짧습니다.
법안 하나 제대로 들여다보라고 만들어둔 기간을, 스스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어제 형소법 개정안에 '공소기각 사유 확대' 조항이 사전 설명 없이 슬쩍 들어간 것도, 결국 이 촉박한 일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심사 기간을 줄이면 줄일수록, 이런 식으로 뒤늦게 발견되는 조항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입니다.
빨리 처리하겠다고 기간을 줄이는 법을 만드는 와중에, 정작 그 급한 처리 때문에 국민들이 뒤늦게 문제를 알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선관위 특검법까지 같은 날 얹어서 처리하는 걸 보면, 이번 주 국회는 그냥 '한꺼번에 끝내자'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법안 하나하나의 무게를 생각하면, 이렇게 우르르 몰아서 처리하는 게 맞는 방식인지 모르겠습니다.
방향에는 동의할 수 있는 법안도 있고, 의문이 남는 법안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꺼번에 밀어붙이면, 그 안에서 뭐가 제대로 된 개혁이고 뭐가 슬쩍 끼워 넣은 조항인지 구분할 시간조차 없어집니다.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나면, 법은 통과되고 뉴스는 다음 이슈로 넘어갈 겁니다.
그런데 그 안에 뭐가 들어있었는지는, 나중에야 하나둘 밝혀지겠죠....
이런 식의 입법, 이제는 정말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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