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가 보기에, 정청래 후보의 '친명' 이미지는 겉모습에 가깝습니다.
행간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정반대의 신호가 곳곳에서 읽힙니다.
가장 먼저 짚고 싶은 건 지난 6월 10일 발언입니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
이 말, 표면적으로는 원론적인 정치 격언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시점을 생각해보면 다릅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당 대표가 현직 대통령을 향해 "정권은 짧다"고 말하는 건 흔한 화법이 아닙니다.
이 발언 하나로 당·청 갈등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청와대 내부에서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 정청래의 태도가 갑자기 180도 바뀝니다.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월드클래스"라고 치켜세우고, 귀국하는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습니다.
저는 이 급격한 태세 전환이 오히려 더 의심스럽습니다.
정말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과하게 몸을 낮출 필요가 있었을까요.
오히려 뭔가 수습해야 할 균열이 실제로 있었다는 방증처럼 보입니다.
지난 5월 있었던 "부정부패로 감옥갔다 온 이재명" 실언도 같은 맥락에서 다시 보게 됩니다.
단순 말실수라고 넘기기엔, 하필 대통령의 이름이 그 자리에서 튀어나왔다는 게 공교롭습니다.
정청래의 정치 스타일도 이런 의심을 뒷받침합니다.
그는 22대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부터 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데 거침이 없었고, 당대표가 된 이후에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등 자기 판단을 앞세우는 리더십 스타일을 반복해서 보여왔습니다.
이런 인물이 대통령과 의견이 다를 때, 순순히 따를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막말 논란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뜨거운 맛 보여주겠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형선고 발언 등, 정청래는 정적을 향해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해온 인물입니다.
이런 화법의 소유자가, 유독 대통령 앞에서만 다른 사람이 될 거라고 믿기는 쉽지 않습니다.
당권 경쟁 상대인 김민석 후보와 벌이고 있는 신천지 개입 논란 진실공방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정청래 측은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법적 조치까지 예고했는데,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이번 전당대회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권력 의지가 강한 사람일수록, 대통령이라는 변수 앞에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관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한 몸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당내 노선 차이와 계파 갈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통령과 당이 따로 노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결국 지지율은 무너졌고, 당은 신당 논의 끝에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습니다.

정청래처럼 자기 목소리가 강하고, 당권을 쥐면 자기 방식대로 당을 끌고 가려는 인물이 당대표가 된다면, 이재명 정부도 비슷한 리스크를 안게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과 당대표가 겉으로는 한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책 하나하나에서 부딪히고, 그 부딪힘이 반복되다 결국 당의 결속력이 무너지는 그림.
이미 우리는 한 번 겪어봤습니다.
만약 정청래가 당대표가 된 뒤 대통령과 실제로 부딪히는 장면이 나온다면, 그 파장은 지금의 '갈등설'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여당 내에서 대통령 견제론이 세를 얻고, 정책 사안마다 당정 협의가 삐걱거리고, 지지층은 어느 쪽 편을 들어야 할지 갈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순간, 국정 동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그 책임은 결국 대통령이 가장 크게 짊어지게 됩니다.
지금 시점에서 이런 시나리오를 걱정하는 게 과한 우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정청래 본인은 "명청 갈등은 허구"라고 계속 부인하고 있고, 2007년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해온 오랜 인연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인연과 부인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정치는 말보다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로는 의리를 강조하면서, 행동에서는 계속 자기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그래서 정청래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것에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이재명 정부에 필요한 건, 대통령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키우는 당대표가 아니라, 국정 운영의 안정적인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당대표라고 생각합니다.
당대표 개인의 정치적 존재감이 커질수록, 대통령과의 관계는 언젠가 시험대에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열린우리당이 그랬던 것처럼, 그 시험대에서 무너지면 피해는 결국 정권 전체가 짊어지게 됩니다.
8월 17일 전당대회, 당원들이 이 부분을 한 번 더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친명이라는 말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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