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으로 중도인 필자가 그동안 당대표 경선(정청래·김민석)과 최고위원 경선(최민희 논란)을 각각 따로 다뤄왔습니다.
그런데 순회경선 2주 차에 접어들면서, 이 두 경선이 사실상 하나의 전선으로 합쳐졌습니다.
최고위원 선거 자체가 '정청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둘러싼 계파 대리전이 된 겁니다.
지난 칼럼에서 최민희 후보 개인의 논란을 다뤘을 때만 해도, 저는 이게 한 후보의 개인적인 태도 문제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최근 며칠 사이 상황을 보니, 이건 개인의 문제를 넘어 당 전체를 둘로 가르는 훨씬 큰 구도의 일부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친명계의 포문 - "정청래 때리기"
지난 8일 보도에 따르면, 최고위원 후보들 사이의 계파 대결이 한층 뚜렷해졌습니다.
포문은 친명(친이재명)계 후보들이 먼저 열었습니다.
임미애 후보는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대통령의 개혁 의지를 의심하는 그런 지도부 말고, 당원들을 믿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영호 후보는 "당정청 일원화를 완수할 수 있는 지도부, 당대표, 최고위원이 선출돼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장에서는 "정청래 지도부, 이제 끝내시고 아웃"이라는 외침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발언들이 나온 자리가 다름 아닌 최고위원 후보들의 정견 발표 현장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각 후보가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설명해야 할 자리인데,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이 특정 인물에 대한 공격과 방어로 채워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 정도면 최고위원 경선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정청래 후보 개인에 대한 신임 투표처럼 흘러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원래 최고위원 경선은 여러 후보가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경쟁하는 자리여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러 후보가 한목소리로 특정 개인(정청래 후보)을 겨냥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정작 각 후보 본인의 정책이나 비전은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난 인상입니다.

친청계의 반격 - "다구리 정치"
당연히 친청(친정청래)계 후보들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이런 공세를 '집단 몰매 정치'라고 규정하며 정청래 후보 엄호에 적극 나섰습니다.
이성윤 후보는 "1대 5, 1대 3, 1대 수십 명의 '다구리 정치'로부터 우리 정청래 대표를 지켜주십시오"라고 호소했습니다.
한민수 후보는 "아무리 전당대회 과정이라고 한들, 전직 당대표를 공격하더라도 금도는 넘지 말라"고 맞받았습니다.
선호투표제 도입과 추가 투표 주장을 둘러싸고도, 친청계는 친명계가 전당대회를 불공정 선거로 몰아가고 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양측의 공방을 지켜보면, 흥미로운 대칭 구조가 보입니다.
친명계는 정청래 후보의 리더십 자체를 문제 삼으며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고, 친청계는 그런 공세 자체를 '다수의 폭력'으로 규정하며 정 후보를 방어합니다.
결국 양측 모두 상대방을 '부당한 공격자'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 셈인데, 이런 구도에서는 누가 옳고 그른지를 가리기보다 감정적 대립만 계속 증폭되기 쉽습니다.
정치 공방이 이렇게 서로를 향한 프레임 씌우기로만 흘러가면, 정작 당원들이 알고 싶어 하는 각 후보의 실제 정책 방향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립니다.

정청래 본인도 "선거 부정행위" 처분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민주당 8·17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청래 당대표 후보와 친청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선거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주의 및 시정 명령 처분을 내렸습니다.
선관위가 허용하지 않은 간담회에 정 후보와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 후보가 함께 참석해 당직 선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처분 사유였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 처분을 받은 후보들이 바로 위에서 '다구리 정치로부터 정청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던 그 이성윤·한민수 후보와 겹친다는 사실입니다.
'부당하게 공격받고 있다'는 호소와, '실제로 규정을 위반해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이 같은 인물들에게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는 건, 이 논쟁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상당히 헷갈리는 지점입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다뤘던 최민희 후보의 여러 논란이 개인 차원의 돌출 행동이었다면, 이번 선관위 처분은 정청래 후보 본인을 포함한 친청계 캠프 전체가 공식적으로 규정 위반을 인정받은 사례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릅니다.
'정청래 수호'를 외치는 친청계 입장에서는 다소 곤혹스러운 대목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구리 정치'로부터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것과, 실제로 규정을 위반해 공식 징계를 받은 사실은 완전히 다른 층위의 문제입니다.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앞서, 왜 그런 규정 위반이 있었는지에 대한 해명이 먼저 있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지난 칼럼에서 다뤘던 최민희 후보 논란도 다시 떠오릅니다.
최 후보 역시 이번 선관위 처분 대상에 이름을 올린 친청계 후보 중 한 명입니다.
동료 후보를 향한 '박쥐' 발언, 연설 방해 논란에 이어 선관위 규정 위반까지, 한 계파에 속한 후보들에게서 유사한 유형의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결코 우연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투표쿠데타" 발언 논란
여기에 최근 또 다른 논쟁까지 더해졌습니다.
박선원·김용·서미화 후보 등 일부 최고위원 후보들이, 아직 투표하지 못한 권리당원들에게 마지막 날 다시 투표 기회를 주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청래 후보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투표쿠데타다. 이렇게 한 선거는 세계 어느 나라 역사상 없었다"며 "아무리 폭염이지만 이럴 수 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투표율 제고를 위한 아이디어"라는 반박에는 "그럼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며칠 더하자고 주장했어야 한다"며 "월드컵 결승을 앞두고 9명이 뛰게 하자, 10명이 뛰게 하자는 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비유까지 들었습니다.
폭염 속에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당원들을 배려하자는 취지의 제안이, 이렇게 강한 반발에 부딪히는 걸 보면서, 정 후보 입장에서는 이 시점의 판세 변화가 상당히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비유, 흥미롭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저는 다소 과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투표율을 높이자는 제안을 '경기 인원을 임의로 바꾸는 반칙'에 비유하는 게, 논쟁의 본질을 더 명확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데 가깝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거 규정을 임의로 바꾸는 게 신중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 자체는 일리가 있습니다.
경선이 진행되는 도중에 규칙을 바꾸면, 그 변경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를 두고 다시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우려를 전달하는 방식이 '쿠데타'나 '폭동' 같은 극단적인 표현이어야 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명청대전 대신 석청대전"이라는 반박
같은 자리에서 정 후보는 김민석 후보가 주장해온 '명청대전' 프레임에도 재차 날을 세웠습니다.
"차라리 '석청대전'이라고 불러달라"며 "같이 사선을 넘어와 놓고 친명이니 반명이니 감별하는 자격증을 누가 김민석 의원에게 줬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보수·중도 외연을 확장하자고 하면서, 왜 같은 동지들 사이에선 '너는 반명이라서 안 된다'며 배제의 정치를 하느냐"며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김 후보를 향해 "배신의 총량은 한계가 없다. 한 번 배신하면 또 배신할 수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의리는 정청래가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발언들, 이전 칼럼에서 다뤘던 '명청대전' 공방의 연장선입니다.
같은 논리, 같은 표현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건, 이 두 후보 사이의 접점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명청대전'이든 '석청대전'이든, 결국 두 표현 모두 상대 후보를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하려는 프레임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명분은 다르게 포장돼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방식의 정치 공방이 이름만 바꿔가며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정리하며
당대표 경선과 최고위원 경선이 원래는 별개의 선거입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계파 전쟁으로 통합돼 흘러가고 있습니다.
'정청래를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가 최고위원 후보 개개인의 정책이나 자질보다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이런 구도가 당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생각해봅니다.
각 최고위원 후보가 어떤 정책적 비전을 갖고 있는지보다, 어느 계파에 속해 있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선거라면, 정작 유권자인 당원들은 후보 개인의 역량을 판단할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 채 투표하게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정청래 후보 본인과 캠프가 이미 선관위로부터 규정 위반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은, '정청래 수호'라는 구호만큼이나 냉정하게 함께 짚어야 할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투표쿠데타 논란이든, 명청대전 대 석청대전 논쟁이든, 결국 이 모든 공방이 8월 17일 이후 당의 통합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가 진짜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다뤘던 '분당 우려'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전면적인 계파 대립이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번 전당대회가 끝난 뒤, 승리한 진영이 패배한 진영을 얼마나 포용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이 균열이 그대로 남아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지는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지금과 같은 전면전 양상이 계속된다면 그 후유증은 결코 가볍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호남·수도권이라는 최대 승부처를 앞두고, 이 계파 전선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당원들의 최종 선택이 이 갈등을 잠재우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오히려 더 키우는 계기가 될지, 8월 17일 결과와 함께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 강원·대구경북 경선 결과와 함께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시리즈, 끝까지 함께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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