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쓰는 정치칼럼

정청래만 사라진 사진, 책임도 사라졌나|이지은·박시영 논란이 보여준 민주당 전당대회의 민낯

불타는 신디 2026. 8. 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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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고 있으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정치에서 책임이라는 말은 도대체 언제 사용하는 것일까.

상대 후보에게 문제가 생기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사과를 요구하고, 때로는 사퇴까지 요구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에게 불리한 문제가 발생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가 만든 사진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올린 사진을 인용했을 뿐이다.”

“본의 아니게 대통령을 끌어들여 죄송하다.”

이번 이른바 ‘정청래가 사라진 사진’ 논란을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사진 한 장보다 바로 이런 태도였다.

문제는 ‘포토샵을 누가 했느냐’가 아니다

논란의 출발점은 신천지의 민주당 전당대회 개입 의혹이었다.

박시영TV에 출연한 이지은 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이희자 한국근우회장이 함께 찍힌 사진을 제시하며, 정청래 후보와 신천지의 연관성을 사진 한 장만으로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취지의 반론을 펼쳤다.

그런데 이후 다른 사진이 공개됐다.

거기에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 이희자 회장뿐 아니라 정청래 후보도 함께 있었다.

공개된 사진들을 비교하면 같은 자리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장면에서 정청래 후보가 위치한 오른쪽 부분이 제외된 사진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구나 해당 사진을 처음 SNS에 올렸던 인사 역시 사진의 촬영 시점 등에 대해 자신의 사실 확인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인정했다.

문제의 사진은 대선 당시 사진이 아니라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대표가 마포갑 이지은 후보와 마포을 정청래 후보 지원 유세를 마친 뒤 식사하던 자리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쯤에서는 최소한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직접 사진을 편집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부정확한 자료를 검증하지 않은 채 정치적 주장에 사용했다. 책임을 느낀다.”

그런데 논란 이후 강조된 것은 자신들이 사진을 직접 편집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의문을 갖는다.

누가 사진을 잘랐는지가 정말 핵심일까.

더 중요한 것은 그 사진을 방송에 띄우고 그것을 근거로 정치적 메시지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책임 아닐까.


박시영에게 묻고 싶다

박시영TV가 사진을 직접 편집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박시영이 사진을 조작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실의 영역이다.

그러나 정치평론과 정치방송의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방송에서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핵심 자료를 제시했다면 최소한 그 자료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서 촬영된 것인지는 확인했어야 한다.

특히 대통령과 여당 대표 후보, 신천지 의혹이라는 폭발력이 큰 소재를 다루면서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 뒤

“우리가 만든 사진이 아니다.”

라는 말로 책임이 끝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이든 유튜브 정치방송이든 영향력이 커질수록 검증 책임 역시 커져야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가 등장했을 때는 방송의 근거로 적극 활용하고, 문제가 발견됐을 때는 원출처가 따로 있다고 선을 긋는다면 그것은 너무 편리한 책임론이다.

직접 조작하지 않았다는 해명과 검증하지 않은 자료를 방송에 사용한 책임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지은에게 더 아쉬운 이유

나는 오히려 이지은 지역위원장의 대응이 더 아쉽다.

이지은 위원장은 이전에도 정치적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민주당 대변인직에서 사퇴한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이후 정치적 발언에는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과적으로 대통령 사진을 당대표 선거의 논쟁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다.

최근에는 전당대회 행사장에서 정청래 후보의 볼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이른바 ‘볼콕’ 장면까지 공개되면서 또 다른 논란이 발생했다.

이지은 위원장은 해당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사과했고, 이를 근거로 사적인 관계를 추측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만드는 행위에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부분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공개된 행동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가능하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적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럼에도 정치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왜 이렇게까지 정청래 후보를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 대통령까지 등장해야 했을까.


‘정청래의 파묘’처럼 느껴지는 이유

이번 사건을 보면서 오히려 정청래 후보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장면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정청래 후보를 방어하기 위해 제시된 논리가 결과적으로는 정청래 후보가 함께 있었던 사진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냈기 때문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정치적 파묘’에 가깝다.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사진을 상대방이 아니라 사실상 정청래 후보를 방어하려던 쪽에서 다시 끄집어낸 셈이다.

정청래 후보에게 불리한 부분을 방어하려다 오히려 더 큰 의문을 만들어버렸다.

물론 정청래 후보가 이희자 회장과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 자체가 신천지와의 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 한 장으로 정치인과 특정 단체의 관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바로 그것을 주장하려고 대통령과 이희자 회장의 사진을 꺼냈다가 원본에는 정청래 후보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부각된 것이다.

정치적으로 상당히 곤혹스러운 장면이다.


정청래와 가까워질수록 정치 방식도 닮아가는 것일까

최근 이지은 위원장의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것이다.

정청래 후보와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치인은 누구든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보여주는 정치적 대응 방식은 정청래 후보의 정치 스타일과 점점 비슷해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강한 언어.

명확한 편 가르기.

상대의 공격에는 즉각적인 반격.

자기 진영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

정청래 후보는 강한 정치적 선명성을 통해 성장한 정치인이다.

그것이 지지자들에게는 장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정치가 모든 문제를 ‘우리 편과 상대편’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사실보다 진영이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를 오래 하다 보면 말투뿐 아니라 정치 방식도 주변 사람을 닮아갈 수 있다.

이지은 위원장 역시 지금 자신이 어떤 정치인이 되어가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겉과 속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이유

이지은 위원장을 비판하면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사람의 속마음을 우리가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개된 말과 행동이 반복적으로 충돌한다면 유권자는 충분히 ‘겉과 속이 다른 것 아니냐’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상대방의 책임에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면서 자신의 진영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책임의 범위를 최소화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정치적 이중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는 말보다 행동으로 평가받는다.

공정과 상식을 이야기했다면 자신의 편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상대에게는 엄격하고 자기편에게는 관대한 정치가 반복되는 순간 정치인은 신뢰를 잃는다.

이번 논란에서 이지은 위원장이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 역시 바로 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확증편향이다

정치 유튜브와 팬덤 정치의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가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정청래 후보가 신천지와 관련 없다고 생각하면 정청래에게 유리한 자료는 쉽게 믿게 된다.

반대로 정청래 후보가 관련 있다고 생각하면 불리한 사진 한 장을 결정적인 증거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양쪽 모두 위험하다.

그래서 정치평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일수록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정청래 후보를 공격하는 측도 사진 하나만으로 신천지와의 관계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정청래 후보를 방어하는 측 역시 불완전한 자료를 가지고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반격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정치적 진실보다 ‘우리 편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그런데 이 논란, 전당대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단순한 당대표 선거가 아니다.

집권여당이 앞으로 어떤 색깔의 정치를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에 가깝다.

정청래 후보는 강한 선명성과 당원 중심 정치를 내세운다.

반면 경쟁 후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당정 관계와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타난 당원 투표 흐름은 상당히 팽팽하다.

따라서 특정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선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진 논란은 정청래 후보에게 좋은 변수라고 보기 어렵다.

정청래 후보 본인이 사진을 편집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이 논란의 직접적인 책임 역시 정청래 후보에게 돌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정치에서는 후보 주변 인물들의 행동도 후보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정청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인상이 강해질수록 중도 성향 당원이나 일반 국민에게는 피로감을 줄 수 있다.

강한 정치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외연 확장의 한계도 드러낼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 나는 이렇게 본다

현재 판세만 보면 초박빙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청래 후보에게는 강한 핵심 지지층이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반면 상대 후보에게는 중도층과 일반 국민 여론에서 상대적으로 확장성이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결국 승부는 세 가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남은 권리당원 투표다.

둘째는 국민여론조사다.

셋째는 마지막까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이다.

이번 사진 논란이 계속 확산될 경우 정청래 후보의 핵심 지지층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 전체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중간층과 일반 국민 평가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현재 흐름만 놓고 본다면 나는 정청래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보다는 상대 후보의 근소한 승리 가능성을 조금 더 높게 본다.

다만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지역 경선과 국민여론조사에서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수준의 접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를 하려면 책임부터 배워야 한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다시 생각한다.

정치에서 가장 보기 싫은 모습은 실수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잘못된 자료를 사용할 수도 있다.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드러난 뒤에도 계속 책임의 범위를 줄이려고 하는 정치가 더 문제다.

“내가 편집한 것은 아니다.”

“내가 만든 자료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올린 것을 가져왔다.”

이런 설명이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자료를 사용했다면 왜 검증하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 자료로 정치적 주장을 했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

상대방에게 요구했던 기준이 있다면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나는 이지은 위원장과 박시영TV의 이번 대응에서 바로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

그리고 정청래 후보 역시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과도한 방어전이 과연 자신의 정치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청래를 지키려고 꺼낸 사진이 정청래가 함께 있었던 사진을 다시 세상에 불러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진 논란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사진에서는 정청래를 잘라낼 수 있었을지 몰라도, 정치적 책임까지 잘라낼 수는 없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선택할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당대표가 아닐지도 모른다.

강한 진영 정치로 갈 것인가.

아니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과 확장성을 선택할 것인가.

이번 사진 논란은 어쩌면 그 선택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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