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쓰는 정치칼럼

왜 민주당 정부는 부동산 앞에서 흔들릴까|노무현·문재인·이재명 정부를 관통하는 구조적 딜레마

불타는 신디 2026. 8. 1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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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할 정도로 반복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부가 출범하면 초기에는 비교적 높은 기대를 받습니다.

경제적 약자와 서민을 보호하고, 불평등을 줄이며, 주거 문제를 투기의 영역이 아니라 삶의 영역으로 돌려놓겠다는 메시지도 강합니다.

그런데 정권이 어느 정도 지나면 이상하게 부동산이 가장 큰 정치적 부담 가운데 하나로 등장합니다.

노무현 정부가 그랬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2026년 이재명 정부에서도 벌써 부동산 문제가 국정평가의 중요한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전체 국정운영 긍정평가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긍정평가가 현저히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민주당이 집권하면 부동산 문제가 반복적으로 정권의 약점이 되는 것처럼 보일까?

단순히

“민주당은 경제를 몰라서 그렇다.”

거나 반대로

“보수언론이 공격하기 때문이다.”

라고 설명하면 문제의 절반도 보지 못합니다.

자료와 과거 정책을 함께 살펴보면 훨씬 복잡한 구조가 보입니다.

나는 그 핵심을 정책의 선의와 시장의 작동방식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충돌에서 찾고 싶습니다.


먼저 하나 분명히 해야 한다|민주당 정부에서만 집값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집값 상승은 민주당 정부에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보수정부에서도 부동산 가격은 올랐고 특정 시기에는 대규모 규제완화와 저금리, 유동성 확대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주택가격은 대통령의 정당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금리,

통화량,

인구와 가구구조,

토지공급,

건설경기,

대출,

세계 경제,

수도권 집중,

투자심리

등 수많은 요소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따라서

“민주당이 집권했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

라는 식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이 유독 큰 정치적 상처가 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가격 상승 자체보다 민주당 정부가 부동산을 바라보는 정치철학과 실제 시장 결과 사이의 간극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 민주당 정부는 부동산을 ‘시장’보다 ‘불평등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첫 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합니다.

진보·개혁 성향 정부는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단순한 상품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주택에는 두 가지 성격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사는 것, 즉 자산입니다.

민주당 정부는 전자에 상대적으로 더 무게를 둡니다.

집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공간인데 부동산을 이용해 과도한 자본이득을 얻고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이 문제의식 자체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 참여자들이 반드시 같은 관점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집은 투기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라고 이야기해도 시장 참여자에게 집은 여전히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여기에서 첫 번째 충돌이 발생합니다.

정부는 주거권의 논리로 접근하지만 시장은 자산가격의 논리로 움직입니다.


2. 그래서 ‘공급’보다 먼저 ‘수요 억제’를 선택하는 유혹에 빠진다

집값이 오르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요를 줄이는 것입니다.

주택공급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택지를 정하고,

토지를 확보하고,

인허가하고,

착공하고,

완공하고,

입주하려면 수년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수요억제책은 빠르게 발표할 수 있습니다.

대출을 제한하고,

세금을 올리고,

규제지역을 지정하고,

다주택자의 거래를 어렵게 하면 됩니다.

정권 입장에서는 즉각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값이 급등하면 정부는 자연스럽게 수요 억제책에 먼저 손이 갑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등이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등장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다주택자 규제와 대출 제한, 보유세 강화, 규제지역 확대 등이 반복됐습니다.

문제는 수요가 정말 사라지느냐는 것입니다.


3. 주택수요는 규제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부동산 정책의 가장 어려운 문제가 나타납니다.

서울 아파트를 사고 싶었던 사람이 대출을 제한받았다고 해서

서울에서 살고 싶은 욕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으로 이동하거나,

전세시장에 머물거나,

현금을 더 모아 매입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른바 풍선효과입니다.

특정 지역을 누르면 다른 지역이 오르고,

고가주택을 규제하면 중저가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고,

매매를 막으면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수요억제 정책이 틀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투기적 레버리지를 억제하는 규제는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요억제책만으로 구조적인 공급 부족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4. 민주당 정부가 반복해서 빠진 가장 큰 함정|‘투기수요’와 ‘실수요’를 구별하기 어렵다

정부 입장에서 집값을 올리는 투기세력을 규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투기와 실수요의 경계가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 가구가 더 좋은 학군과 직장 접근성을 위해 현재 집을 팔고 강남 아파트를 구입하려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사람은 투기꾼일까요?

실수요자일까요?

부모가 자녀에게 집을 사주는 것은 어떨까요?

노후를 위해 두 번째 주택을 구입해 월세를 받는 사람은 어떨까요?

투자와 실수요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책은 행정적으로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주택 수,

주택 가격,

대출금액,

지역

등으로 선을 긋습니다.

그러면 언제나 경계선에서 왜곡이 발생합니다.


5. 문재인 정부의 15억 원 대출규제가 보여준 대표적인 문제

문재인 정부 시절 대표적인 정책 가운데 하나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였습니다.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초고가 주택으로 유입되는 대출자금을 차단하고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자금이 충분한 사람은 대출 없이 고가주택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대출이 필요한 중산층은 15억 원 이하 주택으로 몰렸습니다.

그러면서 9억~15억 원 구간의 주택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위쪽을 막았지만 수요가 아래 가격대로 이동한 것입니다.

경제정책에서 중요한 교훈입니다.

시장은 정책에 순응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적응합니다.


6. 부동산 대책이 너무 자주 나오면 정부가 시장을 쫓아다니는 모습이 된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수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입니다.

정부는 시장 상황이 바뀔 때마다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고,

다른 지역이 오르면 그 지역을 추가 규제하고,

대출이 문제라면 대출을 막고,

법인을 이용하면 법인을 규제하고,

세금 회피가 나타나면 세제를 다시 바꾸는 식이었습니다.

하나하나를 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이 반복되면서 시장에 다른 메시지가 전달됐습니다.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다음 대책에 대한 기대입니다.

사람들은

“또 규제가 나올 것이다.”

라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규제가 나오기 전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집값을 잡으려고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조급한 매수심리를 자극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7. 정부가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고 말할수록 실패의 정치적 비용도 커진다

여기서 민주당 정부의 또 다른 특징이 나타납니다.

부동산 안정에 대한 메시지가 강합니다.

노무현 정부 역시 부동산 가격 안정에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선언은 도덕적 정당성을 강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정부 스스로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만들어버립니다.

“우리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

라고 강하게 말한 뒤 집값이 크게 오르면 단순한 경제현상이 아니라 정부의 약속 위반이 됩니다.

반대로 시장 자율을 강조한 정부에서 집값이 상승하면 유권자는 결과를 비판하면서도

“정부가 집값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고 생각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시장개입을 선택한 정부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국민은 묻게 됩니다.

“그렇게 많은 정책을 내놓았는데 왜 더 올랐느냐?”

정책의 적극성이 오히려 실패했을 때 정치적 책임을 크게 만드는 것입니다.


8. 결정적인 문제|민주당 지지층 안에도 집주인과 무주택자가 동시에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 문제가 더 어렵습니다.

과거의 전통적인 진보정당 지지층을 단순하게

노동자,

서민,

무주택자

라고 생각하면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상당수는 중산층이고 주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민주당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딜레마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주택자는 말합니다.

“집값을 내려달라.”

1주택자는 말합니다.

“투기는 막되 내 집값까지 떨어뜨리지는 말라.”

다주택자는 말합니다.

“합법적으로 구입한 재산인데 왜 세금으로 벌을 주느냐.”

세입자는 말합니다.

“전세와 월세를 안정시켜달라.”

청년은 말합니다.

“나도 언젠가 집을 살 수 있게 해달라.”

문제는 이 다섯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9. 집값이 떨어져도 문제이고 올라가도 문제다

이것이 부동산 정치의 잔인한 부분입니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집값이 내려야 합니다.

그런데 집을 가진 국민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한국 가계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집값 급락은 소비와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정부는 결국

“집값을 폭락시키지 않으면서 상승도 막아야 하는”

엄청나게 어려운 목표를 갖게 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부가 원하는 것은 가격 폭락이 아니라 소득 증가에 맞춘 장기적인 안정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메시지에서는 이 미묘한 차이가 사라집니다.


10. 민주당의 ‘공정’ 메시지가 부동산에서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만드는 이유

진보정부는 공정과 불평등 완화를 중요한 가치로 내세웁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에서도 다주택자와 투기수요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때 매우 중요한 문제가 생깁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부동산 문제입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다주택은 문제다.”

“부동산으로 과도한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

고 이야기하는데 고위공직자나 정치인 가운데 다주택자나 고가 부동산 보유자가 나타나면 국민이 느끼는 분노는 훨씬 커집니다.

정책 실패보다 위선이라고 느끼는 순간 정치적 타격이 더 커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민주당이 부동산 문제에서 가지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위험입니다.

공정을 강하게 말할수록 정치인 자신에게 적용되는 기준도 높아집니다.


11. 문재인 정부에서 LH 사태가 치명적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 후반부에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이유 역시 단순한 직원 비리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국민에게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공택지와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의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이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민에게는 투기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은 먼저 투자한 것 아닌가?”

정책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부동산 정책은 숫자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신뢰로 움직입니다.


12. 임대차 정책에서도 나타난 ‘의도와 결과의 충돌’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역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취지는 분명했습니다.

세입자가 갑자기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을 줄이고 임대료 급등을 방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세입자 보호라는 목표 자체에는 상당한 사회적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움직임도 나타났습니다.

임대인은 계약갱신 기간 동안 올리지 못할 임대료를 신규 계약에서 한꺼번에 올리려는 유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발생했습니다.

결국 정책의 선의와 시장 반응 사이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좋은 목적이 자동으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13. 민주당 정부가 가장 취약했던 것은 공급정책의 ‘시간차’였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모두 살펴보면 결국 공급정책도 추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후반에는 3기 신도시와 대규모 수도권 공급정책이 발표됐고 서울 공급확대를 위한 여러 방안도 마련됐습니다.

따라서

“민주당 정부는 공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시점입니다.

시장 불안이 상당히 커지고 난 뒤 공급정책이 강화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집값이 이미 크게 상승한 뒤

“몇 년 후 수십만 가구를 공급하겠다.”

고 발표하면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로 들립니다.

부동산에서는 공급량만큼 중요한 것이

언제 공급되는가

입니다.


14. 서울 부동산은 사실 주택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여기까지 오면 한 가지 더 근본적인 문제가 보입니다.

서울 집값 문제는 단순히 서울에 아파트 몇 채를 더 짓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일자리,

교육,

문화,

대학,

대기업 본사,

의료,

교통,

자본

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서울 주택가격만 안정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수요는 지속적으로 집중되는데 좋은 입지의 토지는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의 핵심에는 사실

수도권 집중

이라는 훨씬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한 정권이 5년 안에 해결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15. 금리와 유동성이라는 변수도 정부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시기의 집값 급등을 정부정책만으로 설명해서도 안 됩니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크게 늘었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자산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주식,

암호화폐,

부동산

등으로 자금이 몰렸습니다.

한국은행도 금리 하락과 풍부한 유동성이 특히 수도권 부동산 거래와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당시 가격상승에는

공급,

정부 규제,

저금리,

유동성,

시장 기대

가 함께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정치에서는 이런 복잡성이 쉽게 사라집니다.

유권자가 보는 것은 간단합니다.

“내가 집을 사려고 했는데 5년 사이 너무 비싸졌다.”

정치적 책임은 결국 집권정부가 지게 됩니다.


16. 집값 상승은 단순한 물가상승과 정치적 파괴력이 다르다

라면 가격이 10% 올라도 국민은 불만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50% 오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10억 원짜리 집이 15억 원이 되면 차이는 5억 원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몇 년을 모아도 만들기 어려운 돈입니다.

더 큰 문제는 자산격차입니다.

집을 가진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산이 크게 증가합니다.

집이 없는 사람은 열심히 저축했는데도 집과의 거리가 더 멀어집니다.

이때 사회에는 강한 박탈감이 발생합니다.

“성실하게 일해서는 따라갈 수 없다.”

라는 생각입니다.

이 감정은 어느 경제지표보다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17. 특히 20·30대에게 부동산은 ‘계층이동의 사다리’ 문제다

청년에게 집은 단순한 주거공간만이 아닙니다.

결혼,

출산,

독립,

자산형성,

노후

와 모두 연결됩니다.

집값이 너무 빠르게 오르면 청년들은 단순히

“집이 비싸다.”

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앞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겠다.”

고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2022년 대통령선거를 분석한 학술연구에서도 지역의 주택가격 변화가 과거 선거와 비교해 후보 지지 변화와 관련을 보였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부동산이 실제 투표행동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18.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문제는 결국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2년 대선을 설명할 때 부동산 문제를 빼놓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대통령선거는 수많은 요인으로 결정됩니다.

부동산 하나 때문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선거분석과 연구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2022년 선거의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은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민심 변화가 주목받았습니다.

부동산은 결국 경제정책이면서 동시에 선거정책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19. 그렇다면 보수정부는 부동산에 강한가?

여기서 균형 있게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보수정부는 부동산을 잘한다.”

고 단순화할 수도 없습니다.

보수정부가 규제완화와 공급확대를 강조하더라도 저금리와 유동성이 겹치면 가격은 오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집값이 떨어지면서 이른바 ‘영끌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시장친화 정책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진보정부가

과도한 규제

의 위험을 가진다면,

보수정부는

과도한 규제완화와 부채 확대

의 위험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국 어느 한쪽의 철학만으로 부동산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20.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일까?

내가 여러 자료를 살펴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입니다.

민주당 계열 정부는 부동산 문제에서 도덕적 언어를 너무 빨리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기,

불로소득,

다주택,

집값 안정,

서민 보호,

부동산 정의.

물론 모두 중요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도덕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 평범한 사람도 집을 사고 싶어집니다.

내 자녀가 결혼한다면 부모는 집을 마련해주고 싶어집니다.

노후소득이 불안하다면 월세가 나오는 부동산을 갖고 싶어합니다.

모든 부동산 수요를

선한 실수요와 나쁜 투기수요

로 명확하게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정책이 사람의 실제 행동보다 도덕적 구분에 앞서기 시작하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21. 부동산 정책은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정책을 만들 때 중요한 질문은

“이 정책이 옳은가?”

만이 아닙니다.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정책을 발표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대출을 막으면 어떻게 할까?

세금을 올리면 집을 팔까, 자녀에게 증여할까?

전세가격을 제한하면 임대인은 어떻게 반응할까?

재건축을 막으면 새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될까?

특정 지역을 규제하면 돈은 어디로 이동할까?

경제정책은 사람의 행동을 예측해야 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2. 이재명 정부도 지금 같은 시험대 앞에 서 있다

이 문제는 과거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2026년 이재명 정부 역시 부동산이라는 익숙한 시험대에 올라서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크게 높게 나타났고, 상당수 국민은 앞으로 전월세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이를 의식해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와 인허가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 민주당 정부와 같은 순서를 반복하느냐입니다.

가격 상승

→ 대출 규제

→ 세금 강화

→ 규제지역 확대

→ 풍선효과

→ 추가 규제

→ 뒤늦은 공급확대

라는 흐름을 다시 반복한다면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급과 수요관리, 금융안정 정책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한다면 다른 결과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23. 이재명 정부가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가격을 잡겠다는 자신감’이다

부동산 시장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국토부 장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우리가 집값을 잡겠다.”

는 선언보다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지 않도록 주택시장의 구조를 안정시키겠다.”

는 접근이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정권이 시장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순간 정책은 점점 강해집니다.

그러면 시장 참여자 역시 정부의 다음 행동을 예상하며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결국 정부와 시장이 싸우기 시작합니다.

부동산 정책은 시장과의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24. 내가 생각하는 민주당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

결국 하나를 고르라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너무 빨리 정치적 정의의 문제가 된다는 것.

집을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투기와 실수요,

강남과 비강남

을 정치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하면 정책의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부동산 문제는 누군가를 혼내서 해결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고,

대출이 폭발하지 않게 관리하고,

취약한 세입자를 보호하고,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장기간 일관된 정책을 유지해야 해결할 수 있는 매우 복잡한 시장문제입니다.


25.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완벽한 해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서 몇 가지 원칙은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 공급을 뒤늦게 꺼내지 말아야 합니다

시장 과열이 시작된 뒤 5년 후 공급계획을 발표하는 것보다 사전에 수요가 집중될 지역의 공급계획을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대출규제는 가격이 아니라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가격선 하나로 시장을 나누면 풍선효과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셋째, 세금을 처벌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인상을 줄여야 합니다

조세정책의 목적은 안정적인 세수와 시장의 왜곡 최소화여야 합니다.

넷째, 실수요와 투기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구분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의 주거와 자산수요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다섯째, 정책을 너무 자주 바꾸지 말아야 합니다

시장에서는 규제보다 불확실성을 더 싫어할 때가 많습니다.

여섯째, 수도권 집중 문제와 함께 접근해야 합니다

서울에 모든 좋은 일자리와 교육, 문화가 집중된 상황에서는 주택공급만으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실패는 ‘진보라서’가 아니라 정책철학과 시장현실의 충돌에서 시작된다

처음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왜 민주당이 집권하면 부동산 문제로 정권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까요?

나는 이것을

“민주당은 부동산을 못한다.”

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민주당 계열 정부는 부동산을 불평등과 공정의 문제로 강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상승하면 투기수요를 규제하고 세금과 대출을 이용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합니다.

하지만 주택은 동시에 거대한 자산시장입니다.

사람들은 규제에 반응하고,

돈은 규제가 적은 곳으로 이동하며,

수요는 쉽게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급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의도와 시장의 결과가 어긋나면 정부는 다시 더 강한 규제를 내놓게 되고 시장은 다시 적응합니다.

결국

규제 → 시장반응 → 추가규제 → 풍선효과 → 정책불신

이라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민주당이 강조해온 공정과 서민보호라는 가치가 더해집니다.

집값이 오르면 국민은 단순히 이렇게 묻지 않습니다.

“왜 집값이 올랐지?”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서민을 위한 정부라면서 왜 나는 집을 살 수 없게 됐나?”

바로 이 질문이 민주당 정부에게 가장 치명적입니다.

부동산 문제는 민주당의 정책 실패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말해온 가치와 현실의 간극을 동시에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치적 충격이 더 큽니다.


결국 부동산은 이념보다 현실이다

진보정부라고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수정부라고 시장에 맡기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부동산은 이념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수요와 공급이 있고,

금리가 있고,

대출이 있고,

세금이 있고,

인구가 있고,

욕망이 있고,

두려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에게 집은 경제학 교과서의 상품 하나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전 재산이고,

누군가에게는 결혼의 조건이며,

누군가에게는 노후대책이고,

누군가에게는 끝내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계층의 벽입니다.

그래서 부동산에 실패한 정부가 큰 정치적 대가를 치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리고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경험을 가진 이재명 정부가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더 강한 규제를 얼마나 빨리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과거 정책이 왜 기대와 다른 결과를 만들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시장과 싸워 이기는 정부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이해하고,

국민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일관된 공급과 금융, 세제정책을 만드는 정부는 있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과거 민주당 정부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판단하는 기준도 결국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집값을 ‘잡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집 때문에 인생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시장을 만들 수 있느냐.

그것이 민주당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정부라도 풀어야 할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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