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쓰는 정치칼럼

왜 대통령들은 임기 중 개헌을 말할까?

불타는 신디 2026. 8. 14. 23:05
728x90
반응형

— 5년 단임제는 정말 문제가 있는 제도일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개헌입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잘 들리지 않다가 어느 순간 정치권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쳐야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저는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5년 단임제는 그렇게 문제가 많은 제도일까요?

더 궁금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문제가 그렇게 많았다면 왜 지금까지 바꾸지 못했을까요?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꺼낸 ‘4년 중임제’

8월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다시 밝혔습니다.

핵심은 대통령의 임기를 현재의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 또는 연임이 가능한 형태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여기에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지방자치와 국민의 기본권 역시 강화하는 방향의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자신의 임기 문제였습니다.

개헌을 위해 필요하다면 대통령 자신의 임기를 줄이는 것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연히 정치권은 술렁였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임기 단축 가능성까지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개헌 논의를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 문제로만 바라보면 정작 중요한 질문을 놓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질문은 이것입니다.

왜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반복해서 개헌을 이야기하는가?


5년 단임제는 왜 만들어졌을까?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입니다.

그리고 한 번 대통령을 하면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당연한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세계적으로 대통령제를 운영하는 국가들을 살펴보면 반드시 일반적인 형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제도를 선택했을까요?

그 답을 찾으려면 1987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의 헌법은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중요했던 문제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을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현대사에는 권력자가 헌법을 바꾸면서까지 자신의 집권을 연장했던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1954년 사사오입 개헌이 있었고, 1969년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3선을 가능하게 만든 개헌이 있었습니다.

이후 유신체제를 거치며 대통령의 권력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지나온 국민에게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단순한 정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역사적 공포였습니다.

그래서 1987년 헌법은 매우 분명한 장치를 선택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뽑는다.

그러나 대통령을 다시 할 수는 없다.

직선제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도 단임제를 통해 장기집권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5년 단임제는 처음부터 행정의 효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는 것.

이것이 1987년 체제의 중요한 정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987년 이후 거의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5년 단임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대통령을 국민이 다시 평가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국정을 잘해도 5년 뒤에는 물러나야 합니다.

반대로 국정을 잘못해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5년 임기는 보장됩니다.

선거를 통한 중간평가가 없습니다.

여기서 묘한 역설이 생깁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책임은 선거를 통해 묻습니다.

국회의원도 다시 선거에 나가 국민의 평가를 받습니다.

시장과 도지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만큼은 재임기간 동안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잘했기 때문에 다시 뽑아주는 것도 불가능하고,

못했기 때문에 다시 뽑지 않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5년이 지나면 무조건 끝납니다.

그래서 4년 중임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책임정치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대통령 임기 5년도 생각보다 짧습니다

대통령에게 5년은 길어 보입니다.

그러나 국가정책을 추진하는 시간으로 보면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취임 첫해에는 정부 조직을 구성하고 정책을 만들고 국정과제를 시작합니다.

2~3년 차가 되면 본격적인 정책 추진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4년 차부터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정치권의 시선은 현재 권력보다 미래 권력을 향합니다.

이른바 레임덕이 시작됩니다.

그러다 보니 장기간 추진해야 하는 정책보다 대통령 임기 안에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연금개혁.

교육개혁.

저출생 문제.

지방소멸.

에너지 정책.

이런 문제는 5년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입니다.

10년, 20년을 바라보고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5년 뒤 사라집니다.

더 큰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집으려는 유혹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정치에서는 정책의 연속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4년 중임제가 답일까?

여기까지 보면 4년 중임제가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첫 번째 4년 동안 국정을 운영합니다.

잘했다면 국민이 다시 선택합니다.

그러면 추가 임기를 통해 정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잘못했다면 국민이 정권을 바꾸면 됩니다.

대통령 입장에서도 첫 임기의 국정 운영 자체가 다음 선거에서 평가받기 때문에 국민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워집니다.

말 그대로 중간평가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면 첫 임기 동안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요?

국가의 미래만 생각할까요?

아니면 자신의 재선도 생각하게 될까요?


4년 중임제에도 위험은 있습니다

이 부분은 반드시 함께 봐야 합니다.

중임제는 책임정치를 강화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대통령의 첫 임기를 사실상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 기간으로 만들 위험도 있습니다.

인기 있는 정책을 지나치게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의 국민 지지를 얻기 어려운 개혁을 미룰 수도 있습니다.

정부 조직과 대통령의 권한이 현직 대통령의 재선에 유리하게 활용되지 않도록 훨씬 강력한 견제장치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를 단순히 이렇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5년 단임제냐, 4년 중임제냐.

숫자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의 임기를 바꾸면서 대통령의 권력은 그대로 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이 훨씬 중요한 질문입니다.


우리가 정말 논의해야 할 것은 ‘4년’이 아니라 ‘권력’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흔히 등장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대통령에게 인사권과 행정권을 비롯한 막강한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비판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줄이면서 두 번 할 수 있게 만드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권력의 구조를 그대로 놓아둔 채 임기만 바꾸면 오히려 더 강력한 대통령을 만드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개헌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 임기보다 오히려 권력의 분산입니다.

국회는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가.

감사원은 정권으로부터 충분히 독립될 수 있는가.

검찰과 경찰 같은 권력기관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독립할 것인가.

지방정부에는 실제로 어느 정도의 권한을 넘길 것인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어디까지 견제할 것인가.

이런 질문이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사실 대통령의 개헌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5년 단임제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오늘 처음 나온 것이 아닙니다.

여러 정권에서 반복해서 개헌 논의가 등장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야권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개헌 논의가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처음에는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었지만 임기 후반에는 개헌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직접 개헌안을 발의했습니다.

당시 개헌안에도 대통령 4년 연임제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재명 정부에서 4년 중임 또는 연임제가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이상한 일이 하나 보입니다.

개헌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정치인이 많은데 정작 개헌은 계속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개헌에는 언제나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합니다

저는 이것이 개헌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개헌은 제도를 바꾸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제도를 바꾸면 누군가는 유리해지고 누군가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대통령에게 유리한가.

다음 대통령 후보에게 유리한가.

여당에게 유리한가.

야당에게 유리한가.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결국 헌법이라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논의하면서도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치적 위치를 계산하게 됩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개헌을 말하면 야당은 의심합니다.

“왜 지금 개헌을 말하는가?”

반대로 야당이 개헌을 주장하면 대통령과 여당은 또 의심합니다.

“대통령의 힘을 빼려는 것 아닌가?”

그렇게 서로를 의심하다 보면 개헌 논의는 결국 정치적 계산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4년 중임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이번 논란에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현행 헌법에는 매우 중요한 조항이 하나 있습니다.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하거나 중임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변경하더라도 그 개헌을 제안할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왜 이런 조항을 만들었을까요?

우리 역사 때문입니다.

과거 대통령들이 자신의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헌법을 변경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대통령 임기 규정을 변경하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둔 것입니다.

따라서 개헌 논의를 할 때는 ‘현직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기 위해 개헌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주장과 실제 헌법 규정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대통령 임기를 실제로 단축하는 방식과 새 헌법의 시행 시기, 차기 대통령 선거 시점 등은 개헌안의 부칙과 정치적 합의를 통해 별도로 설계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개헌 논의가 현실화된다면 내용 못지않게 새 헌법을 언제부터 적용할 것인지가 가장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통령 혼자 개헌할 수도 없습니다

또 하나 오해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개헌하겠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헌법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개정안은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발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그 다음 국민투표도 통과해야 합니다.

즉 여당 혼자 마음먹는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야당과의 합의가 사실상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이 점에서 개헌은 일반 법률을 하나 바꾸는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국가의 기본적인 운영방식을 다시 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히려 지금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개헌에 찬성하는가?”

물론 중요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것만 묻기 시작하면 또다시 진영 싸움이 됩니다.

이재명을 지지하면 개헌 찬성.

이재명을 반대하면 개헌 반대.

이렇게 흘러가면 우리는 또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집중돼 있지는 않은가.

5년마다 국가정책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는 괜찮은가.

대통령과 국회의 극단적인 대립을 완화할 방법은 없는가.

국민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선거로 다시 평가할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한가.

반대로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국가 권력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충분한 견제장치가 마련돼 있는가.

이런 문제부터 논의해야 합니다.


1987년의 답이 2026년에도 정답일 필요는 없습니다

1987년의 5년 단임제는 분명 이유가 있었습니다.

독재와 장기집권을 경험한 대한민국이 다시는 한 사람이 오랫동안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만든 민주주의의 안전장치였습니다.

그 역할을 결코 가볍게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헌법도 시대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1987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질문이

“어떻게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막을 것인가?”

였다면,

2026년 대한민국은 여기에 또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권력을 견제하면서도 안정적이고 책임 있는 정부를 만들 것인가?”

이 두 질문은 서로 반대되는 질문이 아닙니다.

둘 다 민주주의를 위한 질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개헌하느냐가 아닙니다

결국 개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리한가.

국민의힘에게 유리한가.

민주당에게 유리한가.

다음 대선에서 누가 유리한가.

물론 정치에서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헌법은 한 대통령을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한 정당을 위해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을 운영할 규칙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개헌 논의에서 가장 먼저 이런 질문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에게 유리한 헌법인가?”가 아니라 “어떤 대한민국에 필요한 헌법인가?”

5년 단임제가 정답일 수도 있습니다.

4년 중임제가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제도를 선택하더라도 한 가지 원칙만큼은 분명해야 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을 믿어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도 견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권력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에서는 훨씬 중요합니다.

그것이 헌법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개헌 논의가 또다시 정치권의 유불리를 계산하다 사라지는 이야기가 될지,

아니면 1987년 이후 거의 40년 동안 이어져 온 대한민국의 권력구조를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단순히

“대통령을 4년으로 할 것인가, 5년으로 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에게 얼마만큼의 권력을 맡기고, 그 권력을 어떻게 책임지게 할 것인가.

어쩌면 이번 개헌 논쟁에서 우리가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728x90
반응형